해방 전 개성에서 석유대리점과 광산을 경영하며 지역 유지로 소문난 이 씨 집안에 시집간 이동준의 어머니, 하지만 해방과 함께 공산정권이 들어서며 빨갱이로 몰려 이 씨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고 동준의 어머니는 홀로 월남하여 방천 시장에 정육점을 차리며 큰형과 동준을 키워냈다. 하지만 집안이 쑥대밭이 된 까닭인지 진작부터 사람 구실을 할 수 없었던 형과 달리 동준은 사법고시를 목표로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게 되지만 어머니 곁에서 뱀의 혀처럼 굴며 시장 상인들의 돈을 들고 나른 한주엽 때문에 사법고시를 포기하고 은행원의 길로 들어선다.
그리고 자신이 어려울 때마다 금전적인 지원과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권판식의 도움으로 지역구 국회의원의 길로 들어선 지 16년, 청렴하고 우직한 이동준 내외의 소문이 자자해 4선까지 해낸 이동준은 전직 대통령들과 권력자들의 숨겨 놓은 검은 돈을 찾겠다는 '코리아 테라피' 공약을 내건 박상헌 대통령을 물심양면 밀며 드디어 대통령 당선을 이뤄낸다.
돈이 없어 포기해야 했던 사법고시, 그로 인해 시장통 안에 있던 은행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해야 했던 이동준은 실적 때문에 서울대 법대라는 스펙을 조롱당하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리까지 온 자신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그리고 이제서야 한숨 돌리려는 찰나 가까운 지인만 아는 그의 휴대전화로 16년 전 살인사건에 얽힌 문자가 도착한다.
이에 이동준은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고 있는 자신의 사촌동생이자 지역구의 조직부장인 이재식과 대통령 선거 자금을 대줬던 히노하라를 의심하고 조사하지만 둘 다 문자를 보낸 범인이 아니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괴문자와 함께 선거자금 담당이던 이동준이 숨겨놓은 비자금의 행방을 알게 된 대통령의 지시로 송영기 국가정보원장이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동준은 16년 전의 살인과 비자금을 들키지 않기 위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게 되는데....
<산매리 저수지>는 16년 전 살인사건을 알고 있다는 협박 문자와 검은 돈이 난무하는 정치판의 모습, 이동준이 아들을 정치계의 거목으로 키우기 위해 차곡차곡 준비한 비자금의 행방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엄청난 스릴감이나 반전보다는 4.3 항쟁, 6.25 전쟁,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인해 국민들이 겪은 끔찍한 고통은 결국엔 트라우마로 남아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해가는지의 과정이 더 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