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여행자
무라야마 사키.게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소미미디어 / 봄의 여행자 / 무라야마 사키 지음, 게미 일러스트

벚꽃이 만개한 봄의 밤하늘.

저녁이 되면 아직은 밤바람이 쌀쌀하지만 햇살을 담뿍 머금고 올라오는 따뜻한 땅 기운에 묘하게 마음은 설레는 밤.

왠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 세상의 주인공은 나이며 벚꽃 아래 특별한 빛을 발하는 사람은 나 인것 같은 기쁜 착각이 드는 밤.

<봄의 여행자>의 표지를 본 순간 어둑한 밤하늘에 신비스럽게 내려다보는 벚꽃나무를 바라본 기분이 들었다.

표지만봐도 온 우주의 봄 기운을 받은 것 같은 설레임이 느껴져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꽃게릴라>

대학교에서 식물 공부를 하는 사유리를 잘 따르는 하숙집 딸 리나, 언제나 따뜻하게 리나를 맞아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던 사유리는 이제 곧 먼 대학원으로 떠날 예정이라 리나는 서운하기만하다. 그런 리나의 마음을 눈치 챈 사유리는 리나를 데리고 봄 밤에 꽃게릴라에 나선다.

가끔 사유리는 리나를 데리고 꽃씨를 도로변 땅이나 남의 집 마당에 뿌려놓고 싹이 돋고 꽃이 피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유령의 집이라 불려 사람들이 가지 않는 집 장미 넝쿨 가지를 치는 꽃게릴라를 하며 사유리는 어릴 적 이 집과 얽힌 이야기를 리나에게 들려준다.

 

 

<봄의 여행자>

친구집에 놀러갔다 돌아오는 길, 주인공은 이제 곧 철거될 언덕 위 유원지에 가보기로 한다. 어릴적 부모님과 와봤던 기억이 있던 동네 작은 유원지, 문을 닫을 시간이라 어둑한 유원지는 의외로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고 그럼에도 유원지 안이 궁금했던 주인공은 문이 열린 유원지 안으로 발길을 옮긴다. 그리고 그 곳에서 투명하게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벚나무 아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45년 전 전란을 겪었던 할아버지는 부모님을 잃고 주인을 잃은 언덕 위 주택에서 홀로 지내게 되는데 한밤 중 비행기 폭탄이 떨어지던 어느 날 불바다를 뚫고 우주에서 거북이들이 알을 낳기 위해 언덕 위 벚나무로 찾아온다. 하지만 우주에서 온 대부분의 거북이가 죽고 한마리만 남아 산란을 시작하고 당시 소년이었던 할아버지는 거북이의 산란과 죽음, 새끼 거북이들이 우주로 떠나는 것을 지켜본다.

그리고 51년이 지난 현재, 51년마다 우주에서 알을 낳기 위해 지구를 찾는 거북이를 기다리는 할아버지는 거북이를 만날 수 있을까?

<또그르르>

알록달록 색색깔마다 깃든 추억.

새콤달콤했던 사탕, 엄마의 립스틱 색을 닮은 빨강, 길가에 떨어져 있던 녹색 유리구슬, 포도 맛 보라색은 해지는 하늘의 색깔, 해피버스데이 촛불 색깔이 주황은 집안을 비춰주는 전구색....

매일마다 보는 색깔들이지만 늘 그자리에 있어 무덤덤하게 마주쳤던 색들은 글 속에서 따스함과 다정함으로 탄생한다.

<봄의 여행자>는 세 편의 이야기와 가슴 따뜻해지는 일러스트를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살랑살랑 봄바람 부는 계절에 맞게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산책 길 나무 밑 벤치에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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