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없는 검사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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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홀6 / 표정 없는 검사 / 나카야마 시치리 장편소설

중학생 때부터 검사가 목표였던 '소료 미하루', 그러나 검사 등용문인 사법 고시를 보기에 자신의 실력이 모자란다는 것을 안 미하루는 검찰 사무관을 선택했고 눈물겨운 노력 끝에 검찰 사무관 채용 시험에 합격하여 오사카 지검 1급 검사인 '후와 슌타로' 검사에게 배정받는다. 그리고 부푼 기대로 출근한 첫날 미하루는 후와 검사로부터 자네 같은 사무관은 필요 없다는 차가운 말에 충격에 빠지지만 검찰 사무관으로서의 첫걸음부터 패배자로 낙인찍히기 싫어 자신을 어필하며 석 달간의 인턴 기간을 얻는다.

그렇게 첫날부터 순조롭지 않았던 둘의 관계는 시종일관 무표정을 유지하는 후와 검사의 철벽 방어로 인간적인 모습은 애초에 포기했지만 오사카 지검 내에서도 엘리트라고 소문난 그이기에 일에서만큼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사건을 함께 할수록 미하루는 점점 후와 검사의 행동에 이해할 수 없는 의문점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공원에서 목이 졸려 살해된 8살 여자아이의 살인사건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청년은 몇 년 전 어린아이를 납치, 감금한 전과에 발목이 잡혀 유력한 용의자로 잡혔지만 증거물과 충족되지 않는 알리바이로 인해 다수가 범인으로 보는 상황에서 주변을 조사하며 청년의 무죄를 입증한다. 그리고 이어진 남,녀가 집에서 살해된 사건에서 몇 년 동안 살해된 여성을 쫓아다니며 스토킹을 했던 남자가 유력한 용의자로 잡혀 정황상 범인임이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후와 검사는 기간을 연장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이미 대중과 언론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빨리 사건을 종결짓고 검찰청의 위신을 세우고 싶었던 차장 검사의 무언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후와는 꿋꿋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사라져버린 증거물들을 찾기 시작한다.

새로운 캐릭터 탄생을 예고했던 <표정 없는 검사>를 읽기 전 법정 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상하며 자연스럽게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게 되기라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으잉? 뭔가 잠잠해도 너무 잠잠하다 싶었다. 처음부터 잔혹하고 살벌한 사건을 빵빵 터트려줄 거라고 예상했는데 역시 독자의 당연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다른 느낌을 선사해 독자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작가란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책임지지 못할 어중간한 정의감과 시류에 휩쓸려 결국 자신을 잃고야 마는 직장 내 계급 속에서 무뚝뚝하고 냉혹해 보이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눈으로 사건과 사람을 바라보는 후와 검사의 캐릭터는 완급을 조절할 줄 아는 작가의 영리함 속에서 더 빛을 발하는 듯하다. 그에 반해 얼굴 표정으로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미하루의 캐릭터 또한 귀엽게 다가와 앞으로 이들 콤비가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을 좀 더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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