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나른하게 비치는 5교시 교실 안, 본격적인 수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이 있다.
수업은 나가야 하는데 아이들은 졸고 내가 이기냐 네가 이기냐 하다가는 엎어져 자는 아이가 나올 것 같은 상황에서 선생님의 필살기!
"얘들아 옛날 사람들은 성교육을 어떻게 했을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문화사전>을 읽다 보면 졸고 있는 아이들을 단박에 깨워줄 선생님들의 필살기를 엮어낸 모음집 같기도 해서 더 흥미로운데 어릴 적 할머니 무릎을 베고 듣던 옛날이야기의 정겨움이 느껴지기도 해서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잘난척하기 알맞게 우리나라의 의식주와 풍습, 종교, 예술, 교육, 과학, 기술, 천문, 의학, 제도, 법률, 경제생활, 정치, 군사, 외교, 궁중생활이 총망라되어 있는데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하면서 쓸데없는 궁금증에 잠 못 이뤘던 사람이라면 대환영할 책임엔 분명하다.
평소 식혜의 지방 사투리가 감주라고 알고 있었으나 감주와 식혜는 엄연히 만드는 방법과 쓰이는 명칭조차 다르지만 근래에 들어 혼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황룡사 9층 탑처럼 종교적인 건물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곳이라야 고층으로 지을 수 있었던데 반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지어진 최초의 건물이 임진왜란 때 가토 기요마사가 머물 집으로 지어졌다는 것은 꽤 의외였다.
소주로 유명한 개성과 안동이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몽골의 전초기지였기 때문에 몽골군이 몸에 지니고 수시로 마시던 소주가 발달한 것이었고 이에 백성들이 무기와 군량미는 물론 소주까지 만들어야 하는 이중고를 겪은 이야기에 국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예전에 쥐의 수염으로 붓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이유식을 시작할 때쯤 빠지는 배냇머리를 모아 붓을 만들어 아이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는 부모의 섬세함과 입신양명을 바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조선시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홍길동전 같은 이야기가 아닌 정감록이라는 책으로 민간에 성행한 예언서이자 신앙서라는 사실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천재지변이 일어나기 전에 먼저 자연이나 동물이 알아차려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비쳤던 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기 충분하여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옛날에도 휴일이 있었을까?'
'옛날 사람들은 시험 때 커닝을 어떻게 했을까?'
갑자기 떠오른 궁금증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아 쓸데없이 더 궁금하기만 했던 것들을 속 시원하게 알려주는<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우리 역사문화사전>, 코로나19로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