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만두를 먹는 가족
이재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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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픽션 / 영양만두를 먹는 가족 / 이재찬 장편소설

회사를 그만두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던 전부인의 만류를 뒤로하고 회사를 그만둔 일명 빨간 눈, 그때 회사를 그만두지 않았다면 이혼하지 않았을까? 아마 이혼 도장을 찍는 기간이 뒤로 밀렸을 뿐 어쨌거나 이혼은 정해진 수순이었으리라, 삶에 대한 의욕도 가족에 대한 사랑도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닌 제 3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 무신경한 그에게 오랜만에 천동석 형사가 전화를 걸어 얼마전 콘테이너 박스 안에서 죽은 사람에 대한 조사를 의뢰한다.

죽은 이는 '신인범'으로 인스턴트 면발 회사에서 일하다 자신이 회사를 차려 파스타면으로 히트를 친 후 고구마면으로 야심찬 2차 대박을 위해 몇년간 노력했지만 동업자이자 동창생인 친구가 대기업인 '초농'으로 들어가 사업 기밀을 빼돌리면서 자신이 5년간이나 심혈을 기울인 고구마면을 홀라당 대기업 입속에 넣어준게 분해 소송도 해보았지만 사업과 소송 모두 실패하고 이혼까지 당해 수중에 가진 것 없는 빈털터리로 얼마 전 아버지 집옆에 있는 콘테이너 박스에서 자다 불이나 그대로 죽어버렸더라는 이야기인데 그가 죽고 지급될 보험금이 상식적인 선에서는 보험 사기는 아니지만 뭔가 찜찜한 것이 있으니 따로 조사해달라는 것이었고 이에 빨간눈은 신인범의 가족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한다.

신인범이 든 보험의 수익자는 아버지와 남동생으로 빨간눈은 신인범이 불에 탄 장소이자 수익자이기도 한 아버지의 집을 먼저 찾는다. 그 곳으로 개장수에게 신인범의 아버지 신창술이 술을 마시다 큰아들이 자신을 때렸다며 울더라는 이야기와 체구가 건강함에도 불길을 뚫고 탈출하지 못한 사고장소를 보며 갖가지 의구심이 느낀다. 이어 신인범의 동생 신인학과 막내 여동생인 신연화, 사업 기밀을 빼돌렸던 양부장, 신인범의 회사 경리, 신인범의 전처 등을 만나 신인범의 사고사에 대해 조사한다.

사업은 물론 가정에도 완벽하고 싶었던 신인범, 오로지 앞만 보며 쫓았던 그의 야망은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고 그럼에도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남은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돌아온 것은 자신의 기밀을 빼간 대기업을 상대로 한 패소와 부도, 이혼이라는 절망 3단콤보였고 그 후 신인범은 택배와 대리기사를 하면서도 보험금을 따박따박 부으며 자신의 지난날을 견디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듯 보였으나 엄동설한도 아닌데 전기장판을 두개나 깔고 합선이 되어 불이 나도록 콘테이너 박스를 탈출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역시 좀체 이해할 수 없어 빨간 눈은 타인의 의한 살인이냐 신인범이 꾸민 자살극이냐에 무게를 두며 범위를 좁혀 가설을 세우기 시작한다.

살아생전 그토록 완벽함을 추구했던 신인범의 죽음은 과연 타살일까, 자살일까.

신인범의 죽음을 조사하는 빨간 눈의 개인적인 일들이 신인범과 얽혀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함께 전개되면서 소설은 다이나믹하거나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정도의 반전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사건을 쫓는 빨간 눈의 인생무상이 그대로 전해져서인지 소설을 읽는내내 인생에 대한 허망함이 소설속에 녹아있는데 그래서 결말까지 멍하게 되는 느낌이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야기 내내 지구가 끝나버릴 것 같은 허무함이 있어 결말에서 큰 충격을 받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가족에 대한 슬픔은 그래서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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