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영훈을 비롯한 <반일 종족주의> 저자들의 주장을 호사카 유지 교수가 조목조목 반박하며 쓴 것으로 '신친일파'라는 단어가 매우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은 "샤머니즘의 세계에는 선과 악을 심판하는 절대자 신은 없으며 샤머니즘의 현실은 벌거벗은 물질주의와 육체주의"라고 주장한다. 몇 번을 읽어도 딱히 와닿지 않는 글이긴 하나 이어지는 글인 "종족은 이웃을 악의 종족으로 감각한다"라는 범죄 스릴러 전용 문구인 듯해 저서 <반일 종족주의>를 풀어쓰기 위해 꽤나 골머리를 앓았겠다 싶다.
그저 이웃 종족을 악으로 삼는 인간의 내재된 종족주의로 인해 한국인들이 일본에 대해 터무니없는 반감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인듯한데 뭔가 핵심을 어긋나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쨌거나 이영훈이 주장하는 한국인들의 반일 종족주의로 인해 아직도 식민 지배 의식을 못 버린 채 과거사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영 못마땅하다는 지적인데 김종성 박사의 저서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를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이영훈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경제학자이며 그가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왜곡이 날조라고 이야기하며 숫자로 짚은 것들은 과연 경제학자가 이 정도의 수치밖에 낼 수 없는가 싶어 실망감을 안겨준다. 아마 호사카 유지 교수의 말대로 <반일 종족주의>에 맞서는 책들을 읽지 않았다면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그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수치만 보고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호사카 유지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를 읽고 그들의 주장에 휘둘리는 것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데 <반일 종족주의>와 <신친일파>는 정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역사적 사실을 연구하는 학자로선 당연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
한일 양국 간 가장 첨예하게 대두되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 독도 문제를 중심으로 이영훈의 주장을 정면에서 반박하고 있다. 반일 종족주의에서 이영훈이 미처 내놓지 못한 자료나 수치에 대해 호사카 유지 교수는 방대한 자료를 찾아 그것을 반박하고 있는데 김종성 박사의 <반일 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가 조금 감정적인 느낌이었다면 이 책은 다양한 자료를 통해 이영훈이 책 속에 제시한 수치를 단박에 깨뜨린다.
일본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으며 임금 또한 차별이 없었다고 말하는 이영훈의 주장에 대해 일본의 탄광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최하층이나 범죄자가 동원될 만큼 일반인들은 꺼려 했던 직종이었으며 그마저도 계약 기간 내 그만두거나 도망치면 강제저금한 돈은 받을 수도 없었다는 사실을 <반일 종족주의>를 먼저 읽은 독자가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위안부 역시 강제성을 띠지 않았다는 주장에 더해 자신이 원했고 그 돈으로 위안부 여성들이 사치를 삼았다는 이야기 앞에선 더 들어 무엇 하나 싶을 정도로 귀를 닫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타조는 위험을 감지하면 머리를 모래 속에 묻는다고 한다. 그로 인해 적에게 노출되지 않는다고 믿는다는데 머리만 숨겼다고 큰 몸이 가려지는 것은 아니나 타조 자신은 위안을 삼는다니 그땐 참 재미있네라고 생각했는데 <반일 종족주의>를 읽으며 한 마리 타조가 떠오른 것은 왜였을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지 않는 것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놓느라 진땀 빼는 그들의 노력을 좀 더 민족을 애쓰는데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