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흐름출판 / 이노센트 와이프 / 에이미 로이드 장편소설

'찰스 맨슨' 사건을 다룬 소설 '더 걸스'를 읽으며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아버지뻘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인 찰스 맨슨에게 집착하던 앳된 소녀의 환한 웃음을 보면서 가슴속에서 뭔가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던 것 같다. 과연 그것은 사랑이었을까? 아무리 당사자들은 사랑이라고 주장해도 나는 그 감정이 절대 사랑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저 연민과 결핍이 만들어낸 자기애의 또 다른 모습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생각마저도 솔직히 짜증스러웠던 것 같다.

영국에서 선생님으로 생활하던 샘은 남자친구인 마크의 권유로 11살 소녀를 죽여 복역 중인 살인범 데니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그에게 남다른 연민을 느끼기 시작한다. 얼마 후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조차 알 수 없었던 남자친구 마크가 한마디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리면서 데니스에 대한 샘의 집착은 점점 더 심해진다.

급기야 샘은 데니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여 활발한 활동을 하는 한편 데니스에게 편지를 쓰기에 이른다. 첫 편지를 보내고 몇 달 후 데니스에게서 온 답장에 샘은 설렘과 흥분을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샘과 데니스는 연민과 우정을 넘어서며 애정 어린 감정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생활에서 고립되어 있던 샘은 자신을 특별히 여기며 애정을 보이는 데니스를 찾아 미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데니스의 사연을 영화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데니스의 사건을 취재하고 자료를 검토했던 캐리를 만나 데니스의 열악했던 가정환경과 학교생활 등을 눈으로 마주하며 더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편지를 떠나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 데니스와 샘은 그렇게 서서히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고 데니스의 학창 시절 친구인 린지의 출현이 계기가 되어 데니스는 샘에게 청혼하기에 이른다.

묘한 사랑의 기운에 흠뻑 젖어있으면서도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샘, 그런 그녀의 마음을 보듬으며 끊임없이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데니스, 하지만 샘은 누군가 오롯이 자신을 원한다는 사실이 싫지 않다. 지금까지 겉돌기만 하던 암울한 생활에 대한 보상이 데니스라고 샘은 생각하지 않았을까?

홀리스를 죽인 범인으로 붙잡혀 복역 중인 데니스는 법정에서도 감옥에서도 한결같이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하였고 샘과 각별한 사이로 깊어지던 어느 날 홀리스를 죽인 진범이 나타나면서 데니스는 석방된다. 이제 자신들의 사랑을 방해할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라고 믿었던 샘은 오랫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데니스를 더 애틋하게 대하지만 감옥에서 나온 후 데니스는 웬일인지 샘을 그전처럼 대하지 않는다.

데니스를 팔아 집에서 간병 생활을 했던 아버지가 갑자기 자살하고 빈 집이 된 그곳에 보금자리를 튼 데니스와 샘은 데니스의 근처를 배회하는 린지와 감옥에서처럼 열렬하게 자신에게 구애하지 않는 데니스의 행동에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감옥을 나와 이제 자유로운 몸이 되었으니 데니스는 본색을 드러내는 걸까? 하지만 데니스의 본색은 과연 무엇일까? 이들의 종착역은 행복일까 파멸일까....

'더 걸스'에서도 느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살인마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심리는 당최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사실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들의 사랑은 결핍투성이란 사실을 부여하며 인정하고 싶지 않아진다. 살인마에게 휘둘리며 자신의 결핍을 사랑이라 믿었던 그녀들은 무죄일까 유죄일까...샘을 생각하면 안타깝고 씁쓸하지만 소설 내내 명치 언저리를 도는 갑갑함은 결말에서도 해소되지 않아 생각만 많아지게 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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