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 에냐도르 대륙을 통치했던 인간, 사람이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추운 북부와 풍요로운 남부, 황량한 동부와 수산자원이 풍부한 서쪽 해안을 각기 네 군주가 다스렸지만 평화로움을 시기하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대륙 통일을 위한 탐욕이 시작된다. 그리고 우연히 슈투름 산맥의 정상을 지나던 동부의 왕이 지금까지의 그 어떤 마법사보다도 강한 마력을 지닌 대마법사와 마주치게 되었고 왕국으로 돌아가 그의 아들을 대마법사에게 보내게 됨으로써 네 왕국의 전쟁은 시작된다.
먼저 슈트름 산맥의 대마법사를 찾아간 동부의 왕자는 공중에서 다른 민족을 습격하고 화염으로 상대방을 파괴할 수 있는 드래곤의 능력과 왕자의 성품과 불굴의 의지를 대마법사와 맞바꾼다.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온 동부의 왕자는 대마법사에게 받은 마법으로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하였고 이를 본 북부의 왕자는 마법의 비밀을 찾기 위해 슈트름 산맥의 대마법사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곳에서 동부의 왕자와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자신의 외모와 드래곤의 화염으로도 뚫지 못할 단단한 가죽과 맞바꾸고 데몬의 형상을 한채 돌아오게 된다. 이로써 드래곤의 화염을 막아내게 된 북부의 공격은 시작되었고 이것을 지켜보던 서부의 왕은 자신의 왕자를 슈트름 산맥에 보낸다. 역시 자신의 삶의 의욕과 사랑, 유머의 감정을 그 어떤 가죽이라도 벨 수 있는 검과 맞바꾼 채 왕국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남부의 왕자는 마법사의 어떤 농간에도 넘어가지 않고 그에게 경고만을 남기고 돌아가는데...
그리고 그들의 전쟁 속에 엘프들의 차출로 전쟁터에 끌려가게 된 트리스탄과 마론, 마법을 숨기며 살아온 카이를 도와주기 위해 대신 끌려오게 된 아그네스, 집안의 장자인 자신을 대신해 고아지만 전쟁터에 내보내질 것을 대비해 함께 길러졌던 트리스탄의 징집에 죄책감을 느낀 카이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따라나서면서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처음 도입부는 '이런 이야기 어디서 많이 봤지' 싶을 만큼 식상함을 안겨주었기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런 판타지 소설의 특징상 도입부를 보고 쉽게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느끼게 됐다. 뻔한데, 뻔한 것 같은데 그래도 재밌다는 것이 <에냐도르의 전설>을 읽으며 책을 덮지 못하게 되는 이유인데 잘생기며 남성적인 매력을 뽐내는 트리스탄과 보잘것없는 외모지만 이성적인 올바름을 가지고 있는 카이, 남장을 해가면서 전쟁에 뛰어든 마론, 엘프의 성에 자신을 데려온 것이 왕자인 것을 알게 된 아그네스까지 재미있는 요소를 곳곳에 숨겨두고 뭔지 알겠는 내용을 지루할 틈 없이 이끌어 가고 있다.
그저 자신들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게 평화롭게 살아가면 좋을 것을 끝도 없는 인간의 욕망에 의해 죄 없는 사람들까지 비참하고 비루하게 변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야기 속에서도 씁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마법이 등장하지만 시리즈의 처음 이야기라 무거운 주제보다는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다음 편에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