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환야 1~2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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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 환야 1,2 / 히가시노 게이고

아버지가 운영하는 '미즈하라 제작소'에서 기술자로 근무하는 '마사야', 하지만 거품이 빠진 경제는 점점 침체되기만 하고 그 화살은 미즈하라 제작소를 비켜가지 않는다. 기술이 있어도 일거리가 줄어드는 상황은 벌여놨던 사업에 직격탄을 가해 급기야는 채권자들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아버지는 공장 대들보에 목을 매었고 마사야는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며 이렇게 끝이라는,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느낀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찾은 몇 안 되는 지인들을 돌려보내고 고모부인 도시로는 마사야에게 예전에 아버지가 자신에게 빌린 돈이 있으니 미안하지만 생명보험을 타면 먼저 갚아달라는 이야기와 함께 차용증을 보여준다. 공장과 기계, 아버지의 생명보험은 채권자들에게 넘어가고 그나마 남은 금액마저 고모부에게 주고 나면 마사야에게 남는 금액은 없다. 아버지가 죽은 상황에 별다른 애틋함이나 슬픔은 없었지만 고모부가 내미는 차용증을 보며 마사야는 작은 저항감을 느낀다.

그리고 밤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던 마사야는 오랫동안 아버지와 자신의 손때가 묻은 공장을 둘러보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놀라게 되고 급기야는 집과 공장이 무너지는 대지진을 겪게 된다. 그나마 공장의 철근으로 인해 큰 상처는 입지 않았지만 밖으로 나온 마사야는 멀쩡하던 옆집과 앞집이 주저앉거나 없어진 상황에 놀랄 겨를도 없이 대들보에 깔려 축 늘어진 고모부를 발견하곤 그가 죽었다고 생각해 가까이 다가갔지만 잠깐 기절했다 깨어난 것처럼 보이는 고모부의 살려달라는 외침에 떨어져 있던 기왓장으로 고모부의 머리를 내려쳐 죽이고 만다. 그리고 고모부의 주머니에서 삐져나온 차용증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돌아서는 순간 어떤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땅이 꺼지고 집이 무너져 사람들의 울부짖는 아우성만 들리는 상황에서 매일같이 걷던 길, 식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광경은 꿈이라고 착각할 만큼 비현실적이었고 마사야는 무엇을 챙길 겨를도 없이 피난처인 학교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사야는 자신이 고모부를 죽였을 때 눈이 마주쳤던 여인을 다시 만나게 되고 그녀가 성폭행 당할 뻔한 것을 도와주면서 조금씩 친해진다. 그녀 또한 부모님이 건물에 깔려 돌아가시고 자신만 살아남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둘은 서로 도우는 상황이 되었고 이후 대지진을 촬영한 영상 카메라로 인해 마사야의 살인이 드러날 위기를 미후유가 도와주면서 마사야는 미후유를 더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둘은 도쿄로 상경하여 미후유는 보석가게에서, 마사야는 공장에서 일하며 자리를 잡게 된다.

 

 

몸을 섞는 사이가 되었지만 둘은 동거하지 않고 따로 살며 둘이 행복하기 위해 지금을 희생해야 한다는 미후유의 말을 믿으며 마사야는 미후유가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언젠가는 자신들이 행복하게 살 날이 올 거라고 믿으며 미후유가 시키는 그릇된 일이 자신의 양심에 걸리긴 하지만 둘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하는 마음으로 미후유가 지시한 일들을 처리해나간다.

'하나야'라는 보석가게 1층에서 가방과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점원이었던 미후유는 단번에 하나야의 중심인 고급 보석주얼리 층으로 옮겨가게 되었고 지금껏 그런 인사는 없었기에 뒤에서 수군거리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워낙 보석에 대해서도, 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완벽했던 미후유를 둘러싼 소문은 금세 사그라들게 된다.

하지만 하나야에서 벌어진 독가스 사건과 여직원 스토커 사건을 조사하던 가토 형사는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묘한 느낌을 받게 되고 이후 미후유의 아버지가 근무하던 회사 부하직원의 실종, 미후유가 낸 미용실 여직원의 습격 사건 등을 조사하며 그 중심에 미후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미후유 혼자 할 수 없으며 금속 기술을 지닌 공범이 그녀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조사하기 시작한다.

 

 

미후유의 앞길을 막는 사람은 곧 우리가 행복해질 그날에 방해가 되는 것이라 여겨 마사야는 그녀의 지시를 묵묵히 따르지만 점점 미후유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것을 깨닫기에 마사야는 너무 멀리 와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우리는 밤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설사 주위가 낮처럼 밝다 해도 그건 진짜 낮이 아니야.

그런 건 이제 단념해야 해.

이 책을 덮는 순간 일말의 희망이 날아감과 동시에 엄청난 분노와 허탈감을 맛볼 수 있었는데 초반부터 느껴지던 백야행과 화차의 느낌에 기시감이 들긴 했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한 전개가 단연 돋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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