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가는 유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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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 후가는 유가 / 이사카 고타로 장편소설

도카와 유가는 별난 동영상을 찾고 있는 방송 기획자인 다카스기와 패밀리 레스토랑에 앉아 있다. 언젠가 유가가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몰래 찍힌 동영상으로 변태 성욕자가 몰래 설치한 배변 동영상이 얼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영상 속 유가가 순간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바람에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고 그것을 방송에 내보낼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다카스기와 대화중이다.

그리고 유가는 영상 속에서 순간적으로 포즈가 바뀐 이유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기 위해 자신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도카와 유가와 도카와 후가는 쌍둥이다. 생김새만 보면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어 아버지조차 "네가 후가냐?, 네가 유가나?" 하며 물어볼 정도지만 후가는 운동을 잘하고 터프하다면 유가는 좀 더 다정하고 공부를 잘한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항상 아이들은 "네가 유가지?, 네가 후가지?"하며 헷갈려 했고 아버지 또한 그 둘을 헷갈려 하기는 마찬가지. 그리고 병원 갈 형편이 안돼 집에서 유가와 후가를 낳은 엄마는 산통을 겪느라 정신이 없어 누가 첫째고 누가 둘째인지 알지 못한다. 첫째와 둘째가 두 시간 간격으로 태어났다는 것만 알뿐, 그래서 사실이 어찌 되었든 유가가 첫째, 둘째는 후가로 결정되었고 찢어지게 가난한데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폭력에 휘둘려야 했던 둘은 별일이 없어도 집에 들어가기 싫어 주변을 배회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도 때렸고 나쁘면 더 때렸고 티비를 틀어도 때렸고 틀지 않아도 때리는 등 그야말로 폭주하는 폭군이었으며 엄마는 유가와 후가가 맞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는 방관자였다. 그런 부모 밑에서 유가와 후가는 가정에 대한 따뜻함 따윈 없었고 울타리가 되어 주어야 할 부모에게 의지할 수 없어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에 있던 유가와 체육시간이라 운동장에 있던 후가가 순간이동하여 서로 바뀌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게 되고 둘은 흥분과 호기심에 휩쌓이게 된다. 하지만 그런 현상은 매일 일어나는 것은 아니었고 일 년에 단 하루인 생일날 두 시간 간격으로만 벌어져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데 이들에겐 이벤트와도 같은 생일날의 순간 이동은 그러한 의미로 실험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일 년에 단 하루인 특별한 날 겪게 되는 순간 이동이 따돌림을 당하는 와타보코리란 별명을 가진 친구와 어릴 때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함께 사는 숙부에게 가학적인 성착취를 당하는 고다마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들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되는 사람들도 생기게 된다.

제목이 <후가는 유가>라서 쌍둥이들의 잔잔하고 진한 형제애를 그린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이사카 고타로 작가는 그렇게 만만한 작가가 아니라는 사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가볍게 뱉어내는 말들이 말장난처럼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포기했거나 체념했거나 애초에 인간이라면 당연하게 누려야 할 것들을 몰라 별다른 저항감 없는 듯이 전해지기 때문에 웃기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음을 아리게도 만들어 이런 부분을 나는 꽤나 좋아하는데 역시나 <후가는 유가>에서도 그런 작가 특유의 감성이 폭발함을 느낄 수 있다.

쌍둥이인 후가와 유가에게 특별한 능력인 순간 이동을 접목시킴으로써 기존의 비슷한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이야기 속 부모님의 폭력, 방관, 성착취, 살인이란 소재로 아동 관련 사건들의 심각성을 전하고 있어 남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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