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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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 양식당 오가와 / 오가와 이토 에세이 / 권남희 옮김

<츠바키 문구점>, <반짝반짝 공화국>, <마리카의 장갑>을 통해 잔잔하면서도 따뜻한 온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작가 '오가와 이토', 이번 <양식당 오가와>는 <츠바키 문구점> 집필 당시 1년간의 일기를 블로그에 올린 글인데 지금껏 만났던 그녀의 작품세계와 같은 보폭을 맞추는 듯한 그녀의 일상생활 또한 잔잔하게 다가와졌다.

제목이 <양식당 오가와>라서 에세이 속에 온통 요리 방법, 음식 이야기만 가득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자식 같은 존재인 몰티즈 '유리네' 이야기가 꽤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남편 '펭귄'과의 동문서답 같은 대화와 도쿄에서도, 베를린에서도 이어지는 유리네와의 산책 이야기도 같은 보폭을 맞추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개되는 방식은 그러하기에 독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에세이가 온통 음식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목에 걸맞게 다양한 음식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재료 하나도 생산지에서 직접 받아 조리하며 재료를 정성껏 키운 농부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망연자실한 농부의 이야기도 등장해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손이 많이 가고 귀찮다는 이유로 자주 해먹지 않거나 시도해보지 않은 음식들, 단어도 생소하며 음식 방법도 생소했던 음식들을 어렵지 않은 듯 툭툭 간소하게 요리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매사 음식 하는 것에 적당한 귀찮음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적절한 자기반성의 마음이 꽤 많이 들었는데 5년 된 애견 유리네의 밥도 사료가 아닌 손수 만든 음식을 주는 것을 보고는 평소 글에서 느꼈던 이미지만큼이나 바지런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특히 매년 여름마다 도쿄를 떠나 장기간 해외 체류를 하는 것이 정해진 일상인 듯한 그녀의 독일 체류기도 기억에 남는데 애견 출입이 안되는 식당에서 그녀의 개를 보고 자신의 창가 자리를 내어준 친절함은 가슴이 따뜻하다 못해 아직은 많이 살만한 세상이란 느낌에 젖어들게 한다. 중소형견보다는 대형견이 많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애견 미용을 바라보는 관점도 차이가 난다는 것도 재미있게 다가왔다. 그리고 에세이에서 오가와 이토가 투덜거렸던 부분인 깨진 병조각이나 애견의 배설물을 치우는 것에 의외로 독일인들이 투철하지 않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아이가 히틀러의 인사를 흉내 냈다는 이유만으로 퇴학을 당할 만큼 독일인들에게 있어 히틀러의 만행은 고개를 90도로 꺾어서 사죄해도 모자랄 만큼 치욕적인 역사인데 1939년 일본 외교관으로 라트비아 카우나스에 오게 된 '스기하라'는 가족의 생사가 걸려 있음에도 본국의 명령을 어기고 통과 비자를 발행해 6천여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구했다는 이야기는 같은 시기 일제 탄압 속에서 수많은 조선동포가 스러져갔던 역사와 맞물려 묘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세계 2차대전과 관련하여 발 빠른 독일의 사과와 비교되는 것이 일본의 역사 과거 대처법인데 '왜 일본인은 뻔한 만행에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못할까?'란 의문과 분노는 에세이 속에 등장하는 그녀의 평화사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더해주었다.

얼마 전 권남희 번역가님의 <귀찮지만 행복해볼까> 에세이를 통해 '오가와 이토' 작가의 사생활 이야기와 조만간 출간될 <양식당 오가와> 번역 이야기를 보고 얼른 만나보고 싶었는데 소설 속에서 전해졌던 그녀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왔던 그녀의 일상은 심란할 때 에세이가 아닌 소설만으로도 가슴 따뜻해지는 마법의 근원을 들여다보게 된 것 같아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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