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변용란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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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 인형 / 대프니 듀 모리에

'서스펜스의 여제', '최고의 이야기꾼'이란 호칭이 따라붙는 20세기 영국의 가장 대중적인 작가인 '대프니 듀 모리에', '앨프리드 히치콕'이 자신에게 있어 그녀는 영원한 뮤즈라며 칭송했다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인형>에 실린 13편의 단편만 보아도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래도 시대적 배경으로 인한 느낌인지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종종 받게 될 때가 있었는데 당시 암울했던 시대를 반영하듯 절망적이면서도 광기에 휩싸인 듯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져 암울함을 심어준다.

'그러므로 이제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란 단편은 어퍼체셤가에 위치한 세인트스위딘 성당의 주임 사제인 '제임스 홀러웨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훤한 이마와 약간 곱슬거리면서도 멋들어진 진회색 머리칼은 그의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는 인상을 주었고 큰 키와 넓은 어깨는 강인함을, 대화할 때는 다정함과 유머로 사람들을 대해 사교계 여인들에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제임스 자신 또한 충분히 자신의 매력을 인지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엔 사교계를 주름잡는 아름다운 여인들과 상류층 계급 사람들이 모여 있다.

상류층 모임, 요양원에서의 강연, 성당 안에서의 사제 역할을 모두 완수해나가는 그에게 어느 날 상류층 도련님이 거짓말로 여인을 꾀어내 임신을 시켰다며 해결책을 물어본다. 그리고 제임스는 장차 백작 작위를 물려받을 신분인 청년의 앞날을 생각해 자신이 해결하겠다며 안심시킨 후 임신한 여자에게 자신이 도움을 줄 테니 아이는 낳아 고아원에 맡기고 애아버지의 신분을 생각해 다시는 그와 얽히지 않을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다음 날 신문에서 자신과 헤어져 돌아가던 길에 여인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제임스는 그보다 미사에서 이야기할 거리를 찾느라 여인의 죽음 따위에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의 매력에 젖은 나르시시즘 주임 사제 '제임스', 인간의 탐욕과 시기 질투를 신을 통해 정화시켜주는 일을 하는 본인의 직업은 그저 빈껍데기 속 가식적인 모습만 남아 상류층 사람들에게는 배려심 깊은 사제인 양 행세하지만 정작 자신의 곁에 있는 보좌 신부의 신발에 구멍이 나 있는 사실도 모를 정도로 위선과 자기 교만에 가득 차 있어 13편의 단편 중 강렬하게 읽힌 것 같다.

그 외의 단편 속에서 '대프니 듀 모리에'는 인간 심연의 본성과 남자와 여자라는 두 종족 간의 융화될 수 없는 심리를 덤덤한 문체 속에 담아내고 있지만 그 느낌은 꽤나 혼란스럽고 죽어서도 끝나지 않을 절망감을 주고 있어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현대와는 다른 절망감이라 단편마다 색다른 느낌을 받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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