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이렇게 광범위한 소설을 써내리라곤 미처 생각도 못했었다.
청소년 시절 범죄를 저지른 변호사, 과거의 판결로 인해 괴로워하는 검사, 자신의 실수를 거울 삼아 정의를 지켜내려는 경찰, 천재적 음악 재능을 바탕으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음악가, 그리고 최근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휠체어 탐정까지!
그런데 여기에 더해 작가는 세기의 악녀 '가모우 미치루'를 탄생시켰다.
그동안은 범죄 소설이라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겨지는 직종의 인물들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안녕 드뷔시>에 등장하는 주인공처럼 뭔가 허를 찔린 느낌이 드는 주인공이라 '나카야마 시치리'의 매 작품이 그렇듯 이번 작품도 상당한 기대감을 품게 됐던 소설이었다.
못생기고 뚱뚱해 반에서 따돌림을 받는 '노노미야 쿄코', 어떻게든 아이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녀의 외모만으로도 아이들은 혐오스럽다며 따돌리기 시작한다. 처음엔 물건이 없어지는 것부터 시작해 교과서에 죽으라는 낙서는 기본이고 화장실에 들어가면 물을 붓는 등 날로 그 수위가 세지던 어느 날 쿄코의 이종사촌인 '가모루 미치루'가 전학오게 된다.
어릴 적 외가에 가면 함께 놀곤했던 미치루는 외조부모가 돌아가시자 왕래가 끊겼고 그나마도 미치루의 엄마가 집을 나가면서 소원해졌는데 그런 미치루가 쿄코의 학교에 전학오게 되면서 이들은 6년만의 다시 만나게 된다. 그리고 뚱뚱하고 보잘것 없는 자신과 달리 모델처럼 예쁘고 날씬한 미치루의 전학은 지금까지 괴롭힘을 당했던 쿄코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한번 보고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미모를 가진 미치루에게 대시하는 남학생들이 끊이지 않았고 쿄코를 괴롭혔던 중심 여학생의 남자친구가 미치루에게 대시를 했다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은 쿄코에게서 미치루에게 향한다. 그러나 바보같이 인내하며 괴롭힘을 당하기만했던 자신과 달리 미치루는 생각하지도 못한 반격을 가하며 자신을 괴롭힌 여학생을 응징하기에 이른다.
그런 사건을 통해 미치루에게 유대감을 형성한 쿄코는 미치루가 아버지에게 학대 당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고 미치루를 도와 그녀의 목적을 달성한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지나고 학교 동창회에서 쿄코를 만나게 된 '사기누마 사요', 동창회 자리에서 쿄코는 사요에게 자신은 생활 플래너 일을 하고 있으며 은행에 다니는 사요의 금융쪽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평소 사치가 심했던 사요는 재정적인 조언을 듣기 위해 쿄코에게 연락하게 된다.
<비웃는 숙녀>는 다섯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은 노노미야 쿄코를 시작해 가오루의 사이코패스적인 성향에 휘둘리는 인물 이름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상대방이 원하는 감성을 건드려 고민을 털어놓게 만들고 자신이 낚을 수 있게 살짝 귀뜸을 해주면서 타락의 길로 안내해 결국은 돌이킬 수 없는 처절함을 선사해주는 것이 가오루의 주특기라 매 이야기마다 정말 뜨악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이미 연쇄개구리에서 그 잔인함을 한번 경험했기에 이번 작품을 읽기 전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는 해뒀지만 소설을 읽고 온 몸에 진이 빠져 역시 나카야마 시치리답다고 느꼈던 것 같다. 새로운 시리즈인 악녀 이야기를 탄생시킨 <비웃는 숙녀>, 이어질 이야기는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