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읽은 책 중 손안에 꼽히는 책 중 하나가 바로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인데 1권부터 4권까지 책을 펼치면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한 생생함에 쉽게 책을 덮을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작품이다. 그리고 소설을 쓴 '이케이도 준' 작가의 작품은 믿고 읽는 소설로 자리매김했으니 이후에 나온 <일곱 개의 회의>도 <한자와 나오키>시리즈처럼 샐러리맨들의 비애를 생생하게 담아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한자와 나오키> 대미를 장식할 4권은 도쿄제일은행과 산업중앙은행이 합병된 도쿄중앙은행의 부행장인 마키노의 유서로 시작된다. 메가급 두 은행의 합병이 진행됐지만 도쿄제일은행의 부정대출이 너무 많았고 미처 다 확인할 수 없었던 산업중앙은행은 엄청난 적자를 끌어안으며 합병으로 인한 몸살을 앓았지만 마키노 부행장의 자살 이후 어느 정도 진정 사태를 맞이하는 듯 보였으나 옛 T와 옛 S 사이에서의 파벌은 여전히 존재했고 그로 인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 나는 상황은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심사부에서 관리하던 TK 항공의 실적 악화가 계속되자 임원 회의 끝에 TK 항공 재건 건을 영업 2부 차장인 한자와 나오키에게 맡기고 한자와는 업무를 인계받아 TK 항공이 재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랜 적자와 경영진들의 안이함 때문에 TK 항공의 부실은 가속화를 더했고 계속되는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개발투자은행과 도쿄중앙은행에 대출받기를 희망하는 TK 항공 사장에게 한자와는 구조조정과 연금 개혁안으로 회생할 방안을 권유하지만 TK 사장은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그리고 12월 중의원 선거일, 예측대로 헌민당을 앞지르며 진정당이 압승하였고 진정당 당수인 미노베 라인이었던 시라노가 국토교통성 대신으로 임명된다.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시라노는 방송 아나운서라는 화려한 경력을 발판 삼아 국토교통성 대신이 되었고 첫 임무로 부실에 허덕이는 TK 항공을 재건함으로써 정치계로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생각에 달떠 있다.
그리고 구조조정과 연금개혁으로 TK 항공을 자생시키기 위해 어렵게 항공사 측을 설득하고 재건 안을 수립했던 한자와는 시라노의 계획하에 투입된 태스크포스의 횡포와 그동안 은행에 투입됐던 채권의 70%를 포기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한자와가 속해있는 도쿄중앙은행에서 TK 항공에 발행된 채권 70%는 500억 엔에 이르는 큰돈으로 객관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포기할 수 없는 액수였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도쿄중앙은행 위쪽에서 내려온 지시는 포기하라였고 자기들보다 더 많은 채권을 발행했던 개발투자은행쪽도 포기하려는 움직임에 한자와는 어떤 거대한 내막이 존재하고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하지만 평소 불의에 맞서는 한자와의 성격대로 TK 항공에 대한 채권 거절 의사를 표명하였고 이에 옛 T의 기모토 상무를 비롯한 그의 라인, 태스크포스를 이끄는 노하라, 그들의 맨 윗선인 시라노와 미노베는 온갖 협박과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들이대며 한자와를 회유하는데.....
TK 항공이 구조개혁과 연금개혁으로 충분히 자생하여 회생할 수 있음에도 시라노 대신과 미노베 의원은 은행이 잇속만 밝혀 오랫동안 TK 항공을 이용해온 국민들을 조롱한다며 언론 플레이를 하기 시작했고 평소 은행에 반감을 가진 많은 이들로 인해 도쿄중앙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은 점점 위축되기 시작한다.
이들의 계속되는 농간 속에서 한자와는 미노베 의원과 옛 T인 도쿄제일은행이 부정대출로 유착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증거를 찾기 위해 행장 직속 감사인 도미오카의 도움을 받아 증거물을 찾기에 이르는데....하지만 어렵게 손에 넣은 증거물이 있음에도 그것을 밝히면 은행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지게 되고 그렇다고 부정대출을 눈 감고 채권을 거절하기엔 도쿄중앙은행이 껴안을 리스크가 너무 크다. 한자와와 도미오카의 활약으로 증거를 손에 넣어 모든 내막을 알게 된 행장은 과연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대형 은행에서 일했던 그의 전력은 소설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데 돈을 관리하는 은행과 그 돈으로 자기들 잇속 차리기에 바쁜 정치계의 더럽고 추악한 이면은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평소 은행에 대한 신뢰보다는 불신이 더 컸기에 뱅커로서의 사명감과 그들의 전쟁 같은 일상에 대해선 관심조차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행원들의 비애와 고충을 조금이라도 알게 된 것 같다. 어쩌면 누군가의 가장, 누군가의 남편, 누군가의 아들이고 딸일 그들에게 적대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음에도 그렇게 하길 바라는 사회가, 양심에 눈 감는 몇 명 행원들로 인해 모든 행원들의 인식이 나빠질 수 있음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경각심을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