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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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 토베 얀손 글.그림

무민 시리즈는 줄거리만 놓고보면 '이게 아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인가?' 싶을 정도로 기존 동화책의 선입견을 깬 작품이다.

무표정이지만 하얗고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하마를 연상시켜 귀여운 캐릭터로 다가오지만 실제로 무민이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트롤이란 사실도 놀라움을 더해주는데 무민 시리즈를 탄생시킨 토베 얀손이 살아가던 시대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줄거리를 먼저 접한다면 독자로서 느낄 당혹감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의 첫 번째 이야기이지만 시리즈의 첫 편에 해당하지 않아 8편의 작품을 만나보았던 독자들이라면 애초에 시작되었을 무민 시리즈의 시초를 열어주는 작품이라 더 반가움을 느낄 것 같다.

8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무렵 무민과 무민 엄마는 커다란 숲의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빽빽하게 들어찬 나무들로 인해 해가 보이지 않는 숲속을 헤매며 무민과 무민 엄마는 해가 비치는 곳을 찾아 집을 지을 곳을 찾고 있지만 햇빛이 비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던 중 혼자 외로움에 떨던 작은 동물을 발견한 무민과 무민 엄마는 함께 튤립 불빛에 의지하며 어둠속을 헤쳐나가게 되고 그 속에서 깊은 물을 만나 노를 젓기도하고 커다란 왕뱀을 만나 정신없이 쫓기기도 한다.

그렇게 한차례 고난이 지난 후 불빛을 밝혀주던 튤립 속에서 툴리파라는 소녀가 나와 그들의 동행길은 넷으로 늘어나게 되고 잠시 쉬는 사이 나타난 신사의 권유로 그가 지은 곳으로 초대된다.

신사가 지었다는 곳은 환하고 달콤한 것들로 가득 찬 곳이었지만 환하게 비추는 것이 그들이 찾고 있던 해는 아니었으며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한 무민과 작은 동물은 배앓이를 할 정도로 단 것을 많이 먹어 무민 엄마는 그곳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다시금 길을 찾아 나선 무민과 무민 엄마, 작은 동물과 툴리파는 해티패티들의 배를 타고 바다 트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한 뭍에 잘 도착하게 되고 그곳을 지키는 소년의 도움으로 얼마 전 무민 아빠가 그 곳을 지나 남쪽으로 간 사실을 알게 되어 정신없이 뒤를 쫓게 된다.

 

하지만 무민 아빠를 찾기 위해 내려온 남쪽은 큰 홍수가 나 모든 것이 잠겨 버렸고 그 속에서 살아 남은 이들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 도움을 기다리는 광경에 무민은 아빠가 죽었을거라 생각하지만 대머리황새 덕분에 무민 아빠를 찾아 가족은 극적으로 상봉하게 된다. 그리고 무민 아빠가 지은 집이 홍수로 떠밀려 골짜기 밑에 자리잡은 것을 발견하게 되고 무민 가족은 이 곳에 터를 잡는다.

해가 드는 곳과 무민 아빠를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릎쓰고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는 무민과 무민 엄마의 이야기는 동화 속 흔한 주제인 권선징악과는 어쩌면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아이들이 읽으면 딱히 재미있게 다가오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르나 토베 얀손이 무민 캐릭터를 탄생시킨 시기가 1939년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었음을 감안해보면 어둠같이 캄캄한 숲 속을 헤매는 무민과 무민 엄마의 등장부터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음을 감지할 수 있다.

해가 비치는 곳에 보금자리를 짓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는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시시각각 변해 예측할 수 없는 전쟁의 상황과 그로 인해 황페해져 가족들이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는 참담한 전쟁의 모습은 홍수로 인해 삶의 터전이 잠겨버린 이야기 속에 담아 인간이 가장 기본적으로 추구해야할 것들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되묻게 한다.

그동안 8편의 연작 소설을 읽어 시대적 배경을 알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깊숙히 와닿지 않아 그 감동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는데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에서 온갖 시련에도 무덤덤히 살길을 찾으려는 무민 가족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동안 다 느껴지지 못한 슬픔과 감동이 밀려와 가슴 언저리가 먹먹해졌다.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첫 이야기지만 8편의 소설을 읽고 나서도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 모든 소설의 마지막 장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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