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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서스펜스나 추리,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제목에서 보이듯
사회 초년생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의 생활 밀착형 소설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하지만 느끼고
싶지 않아도 피부로 와닿아 느껴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사회 이면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지기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한 오싹함이 아닌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실재하는 오싹함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되는 소설이다.
'히나코'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무경험 사회인은 아니다. 5년의 기간 동안 총무부에서 파견직을 하며 나름 경력을 쌓았지만 사회에 대한 약간의 아름다운
환상이 있기에 사회 초년생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언제 해지될지
모르는 불안함과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파견직 생활 동안 총무부 일을 착실히 배워두었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하는 틈틈이
사회보험노무사 공부를 하며 어렵게 자격증을 딴 히나코는 자신까지 직원이 4명인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취직하게 되고 그로써 서럽던 5년 동안의
파견직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히나코가 하는
사회보험노무사 일은 세무 쪽 일은 물론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전문 부서가 따로 없어 미비한 일들을 대행해 주는 역할로 인사
관련이나 법으로 정해진 사회보험 등을 대신해 주는데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위해 외근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일만큼이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고된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히나코는 파견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노무사라는 전문직을 자신이 좋아하고 자부심 또한 있기에 일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에는 6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에서 자신이 맡은 분야와 다른 부서로 이동 후 일에 대한 실수가 잦게 되고 상사와의 갈등까지 증폭되면서 근태가 안 좋아진 직원이 퇴사 후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회사에 태클을 거는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 친한 친구의 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술집이 열정페이만을 강요하는
곳으로 상사가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구두로 약속했지만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고충을 다룬 <솜사탕과 넥타이>, IT 회사의 잦은 잔업을
요하는 특성이 회사 내 임신 여성에게 맞지 않아 임신이나 육아로 인한 휴직을 꺼려 하는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카나리아는 운다>,
자신의 비정규직 생활을 상기시키며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았던 <장식보다, 불빛보다>, 근무 시간에 외상을 입은 직원의 산재 보험 적용
내용을 담은 <하늘에 별은 없어>, 영업부와 디자인부의 잔업수당을 놓고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잡고 싶은 손은> 등 사회적
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해서 아마도 총무나 인사 일을 했던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담당자들만 공감을 하는
내용이냐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보통 회사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부서가 총무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각 부서마다의 고충이 있겠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직원 교육이나 사규와 관련된 것, 대외적으로 비치해놓아야 할 서류, 기간마다 반복되는 일들에 더해져 여성이 많은 부서의
특성상 손님 접객까지 잡다한 일들을 처리할 것들이 많은데 내 경우에도 오랜 기간 총무부서에서 일을 해왔기에 각 클라이언트 담당자들의 고충이나
히나코의 입장 등이 잘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살벌하기 그지없는 사회생활에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 요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규직이라고 안심하고만
있을 수 없는 끝없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번 책에서
히나코가 노무사로서의 신입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앞으로 점점 경력이 쌓여 클라이언트들 앞에서 멋진 조언은 물론 폭넓은 오지랖을 발휘하며
현실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