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무라타 사야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한 편의점에서의 상황은 작가 본인의 실생활이기도 하여 더 현실감 있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던 작품이라 이후에 출간된 <소멸 세계>도 관심 있게 봤었는데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은 일본에서 <편의점 인간>보다 먼저 출간된 작품이어서 그런지 더 호기심이 가졌던 것 같다.
뉴타운 지역에 사는 '유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유카는 눈만 뜨면 공터였던 곳에 길이 닦이고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이곳 뉴타운이 싫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 '노부코'와 '와카바'의 미묘한 여자들만의 신경전으로 인해 쉽게 지쳐 학교생활조차 따분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지만 주민센터 서예반을 함께 다니던 '이부키'와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주말에 새로 닦이고 있는 단지를 가보기로 약속하고 그곳에서 유카는 이부키에게 사정을 하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처음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부키와 마찬가지로 자신 또한 모르기는 매한가지지만 성숙한 어른인 척하고 싶었던 유카는 이후 실시된 성교육에서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을 제안했는지 알게 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신체만큼이나 성에 대한 호기심 또한 높아져 급기야 유카는 이부키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유카보다 키가 작아 항상 아래로 내려다봐야 하는 이부키, 가녀린 몸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른 이부키는 유카가 시도하는 키스를 받아내며 자신을 장난감 취급하는 그녀의 말에 의문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학년 때부터 함께했던 노부코와 와카바, 유카의 외모는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들은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하여 생활하게 된다. 예쁘고 항상 인기가 많았던 와카바는 상위 그룹에 속해 유카는 와카바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한편 자신보다 하위 그룹으로 밀려난 노부코를 보면서 아직 자신은 저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그들을 대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첫 키스를 나누었던 이부키는 급격히 성장해 자신이 쳐다보기 힘든 상위 그룹에 속하면서 유카는 모든 이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만 상위 그룹에겐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하위 그룹은 얕잡고 비웃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적절한 행동을 취하면서 어른과 다르지 않을 그들의 세상을 살아간다.
일단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이란 제목부터 강렬하고 매력 있게 다가왔는데 초등학생 성장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만의 세상과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하게 비치고 싶은 그 또래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어 문득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이 떠올랐던 것 같다.
상위 그룹이 되지 못함에서 오는 외모의 부재가 살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뒤흔들어 놓을 순 있겠지만 우유부단한 자신과 다른 결단력을 보이는 노부코의 행보와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변화되어가는 유카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밝은 어른으로서의 성장이 기대되어 이들을 한껏 응원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