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아니라면 구사할 수 없는 언어의 유희로 인해 그의 번뜩이는 문학적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반면 여성에 대한 성적인 비유가 불편하게 다가와 항상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출판사와 번역가들을 달리하며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번역가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꽤나 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중적 의미를 지닌 단어가 내용에 꽤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번역가들의 고뇌가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지기에 그만큼 번역가의 역량에 좌우되는 작품 중 단연 으뜸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햄릿>은 덴마크 선왕인 햄릿의 아버지가 낮잠을 자다 뱀에 물려 죽고 그 빈자리를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가 차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햄릿이 괴로워하는 것은 아버지의 죽음뿐만이 아니었으니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인 '거트루드'는 정조를 지키지 않고 숙부의 아내가 되어 여전히 왕비로써 자리하고 있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시점에 보초를 서던 근위대가 선왕을 닮은 유령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햄릿에게 전해져 선왕을 닮은 유령과 대면하게 되고 아버지인 선왕이 낮잠을 자다 뱀에게 물려 죽은 게 아니라 숙부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클로디어스'왕과 어머니인 '거트루드'가 볼 연극을 준비한다.
자신이 형을 죽인 것과 같은 내용의 연극을 보던 클로디어스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거트루드와 궁정의 최고 중신 '폴로니어스'를 시켜 햄릿을 떠보게 하고 그가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에 얼른 잉글랜드로 쫓아버린다. 하지만 햄릿 또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가로챈 클로디어스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햄릿의 마음을 잡았던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아'가 햄릿의 차가운 냉대에 죽게 되고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이 햄릿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레어티스' 또한 햄릿을 죽일 결심을 한다.
극 중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왕이 된 숙부에 대한 미움보다 정욕에 눈이 멀어 클로디어스의 꾐에 넘어간 어머니에 대한 햄릿의 증오가 더 크게 두드러지는데 자신에게 온갖 관심을 보이다 한순간의 냉대에 정신줄을 놓고 죽음을 택한 오필리아 또한 어머니처럼 남성에게만 의지하는 나약한 여성을 나타내고 있어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의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
언어의 귀재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번뜩이는 말장난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의 인생은 나약하거나 비루하거나 창녀와 동급으로 취급돼 햄릿 또한 전작들에서 받은 느낌을 크게 벗어나진 못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중적 단어에 대한 해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셰익스피어의 생을 다루며 그가 가져와 탄생시킨 다른 작가들의 원작들 비교까지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해설들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햄릿을 읽을 거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