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웃는 남자 (186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빅토르 위고 지음, 백연주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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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토리 / 웃는 남자 / 빅토르 위고 지음

노예 제도와 깊은 연관이 있는 '콤프라치코스' 또는 '콤프라페케뇨스'는 '어린 아이들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 스페인어처럼 인간을 훼손하고 보기 흉하게 변형시켜 때로는 귀족들의 애완동물이나 눈요기로 때론 술탄이나 교황에게 바쳐져 한때 꽤나 성행하던 장사였지만 왕조가 바뀌면서 강력한 제재가 가해졌고 그로 인한 폐해는 아이들의 유기였다.

그리고 더이상 영국에서 살 수 없었던 부랑자들은 밀선을 타고 몰래 떠나기 위해 배가 닿을 수 없을만큼 험난한 절벽 아래 모여 자신들의 짐이나 밀매할 물건들을 조용하고도 재빠르게 싣고 있었다. 그 속에 맨발에 누더기 같은 선원 옷을 걸쳐 입은 소년, 열살이 됐음직한 작은 체구의 아이는 사람들이 짐을 나르는 것을 도와주었지만 결국 마지막에 홀로 내쳐져 배에 오르지 못한다.

함께 그곳까지 왔지만 정작 서로 알지 못했고 선원에 의해 배에 오르지 못하고 내쳐졌지만 누구 하나 소년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던 이들을 향한 원망과 서러움을 느낄 새도 없이 소년은 너무 빨리 그들을 체념해버린다. 아는이도, 가진 것도 없는 소년은 멀어져가는 배를 바라보며 그자리를 벗어나 사람이 있을만한 곳을 찾아가기로 한다.

1월의 추운 겨울, 극심한 눈발이 날리는 곳을 누더기 같은 옷 한벌에 맨발로 걷고 또 걷는 소년은 그 속에서 죽은 엄마 품에 안겨있던 어린 여자아이를 발견해 자신의 누더기 옷으로 감싸안고 몇시간을 헤맨 끝에 마을에 도착하지만 1690년 감염력이 상당했던 흑사병이 런던을 휩쓸고 간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마을 사람들은 외부인의 문 두드림 소리에도 반응하지 않았고 마지막 힘을 그러모았던 소년은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하지만 소년은 그 곳에서 구사일생으로 바퀴달린 오두막집에서 약을 팔며 살아가는 방랑자인 철학자 우르수스와 그의 늑대 호모를 만나게 되고 입으로는 거친말을 쏟아내지만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주는 우르수스에게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인간의 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하여 우르수스와 호모, 소년인 그윈플렌과 소녀인 데아는 함께 살아가기 시작했고 우르수스를 따라 떠돌며 곡예사로 돈벌이를 하게 된다.

특이한 얼굴로 인해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던 그윈플렌,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도 그의 얼굴을 보면 웃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였으며 그런 그의 얼굴은 무기가 되어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데, 그렇게 소문이 나면서 런던에서 공연을 하게 된 그윈플렌은 그 곳에서 여공작인 조시안을 만나게 되고 운명처럼 그녀에게 이끌리게 된다. 조시안 또한 다른 이유로 그윈플렌에게 끌리게 되는데 이들의 관계는 그 옛날 그윈플렌을 버리고 떠난 배가 난파되기 전 박사가 남긴 양피지가 발견되면서 예측하지 못한 전개를 맞이하게 되는데....

첫 100페이지를 넘기기 전까지 우르수스와 충직한 늑대 호모, 영국의 당시 시대적 배경, 지리적 설명들이 이어져 꽤나 길게 느껴졌던 반면 그윈플렌을 남기고 떠난 배가 난파되고 홀로 남겨진 그윈플렌이 사력을 다해 눈밭을 맨발로 헤매며 데아를 발견하고 운명처럼 우르수스를 만나 곡예사 일을 하는 과정들부터는 흡입력이 상당하여 어떻게 전개가 될지 책장을 넘기는 매 순간마다 긴장하고 숨죽이며 지켜보게 됐던 것 같다.

<웃는 남자>의 뮤지컬 예고편은 보았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설레임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느꼈던 몰입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 꽤 강렬하고 긴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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