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허무맹랑할 수도, 어쩌면 인간 세상보다 더 악랄하고 지독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신화,
다양하고 기상천외한 이야기만큼 그것을 신화로 탄생시킨 인간의 비상함에 또 한 번 혀를 내두르게 되는 신화는 보통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나 마블 영화 속에도 등장하여 친근하게 다가오는 북유럽 신화들이 대표적인데 <세계의 신과 영웅들>은 그리스나 북유럽 신화는 물론 아시아의 신화까지도 담고 있어 더욱 흥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신화를 시작으로 티탄과 신들의 전쟁이 끝나고 무료함을 이기지 못한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에게 던져준 자루를 시작으로 동물과 인간이 생겨났지만 재료가 부족해 제일 마지막에 만들어낸 인간은 무기나 추위를 견뎌낼 털도 없었기에 나약하기 그지없었고 그것을 보다 못한 프로메테우스가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것이 들통나 쇠사슬에 묶인 채로 매일 밤 독수리에게 간을 쪼아먹힌다는 끔찍한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이고 그러하기에 매일 밤 생간을 쪼아먹히는 프로메테우스가 죽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이 의아스럽게 다가왔었는데 재밌게도 딱딱하게 변하는 간경화가 아닌 이상 간이 재생한다는 사실은 의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그때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신기하기만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테세우스와 미노타우로스'의 이야기는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기 위해 미노스 왕의 공물로 지원한 테세우스가 이기면 흰 돛을, 지면 검은 돛을 달기로 아버지와 약속하는데 어린 시절 '배추도사 무도사'를 재미있게 봤던 세대라면 '백일홍' 이야기와 너무나 흡사해 놀랍게 다가오기도 한다.
유럽의 가웨인과 베어울프, 오세아니아의 무지개 뱀과 와윌라크 자매, 하와이 섬에 마우이의 1000가지 재주, 아프리카와 중앙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아시아의 손오공까지 기존에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 신화에 한정돼 있던 신화들 외에 다양한 지역의 신화들을 실어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은 물론 이야기 형식이 일기나 동화, 긴박한 현장 취재를 담은 생방송 형식으로 쓰여 있어 각 이야기마다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인간의 세상과 비슷하지만 인간이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 속에 녹여낸 신화, 인간의 신체로 행할 수 없었던 제약들은 상상력이란 이름으로 탄생하여 수많은 신화가 생겨났고 수백, 수천 킬로미터가 떨어져 있음에도 크게 다르지 않게 다가오는 이야기 형식은 생김새와 언어는 다르더라도 인간이 추구하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