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공포집인가 괴담집인가? 싶을 정도로 생각지도 못한 장르에 훅 빨아땡겨져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던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처음 접해보는 다섯 분의 작가님들이라 기대치가 하나도 없었다는게 아마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은 이유겠지만 왠지 공모전 수상작품이라하면 느껴질 숙연함?들을 구수하고 살가움으로 단번에 깨뜨려준 단편집이라 왠지 더 애정이 가졌던 것 같다.
- 엄성용 / 롸이 롸이 -
파리 환경협약을 탈퇴한 미국을 이어 중국도 탈퇴하면서 중국내 산업발전의 거대한 재앙이 한국으로 고스란히 넘어와 마스크 없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어진 현재,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 일컬어지는 담배 또한 대대적인 단속이 강행되면서 흡연자들은 담배조차 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학교 선배이자 군대 선임인 박병장이 알려준대로 성식은 오컬트 동아리에 몸담고 있는 연지에게 접근해 담배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고 연지를 제외한 영수, 선미, 기철, 정식, 성식은 엄청난 골초들이었으므로 연지가 어떻게 공수해오는 알 수 없는 담배를 즐기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 회장 기철은 연지의 고향인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행해지는 행사에 6명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담배는 물론 돈까지 받는 꿀알바를 제안하고 이들은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연지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한밤 중 도착한 이들 일행은 주민이 사는 외딴 집에 짐을 풀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마을 주민은 마을에서 담배는 절대 피울 수 없으며 꼭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워야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산 중턱에 세워진 오두막으로 한사람씩 데리고 간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담배를 피우러 갔던 성식은 오두막에 혼자 가둬져 담배를 피우던 중 '롸이~ 롸이'라는 묘한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첫 순서였던 성식의 말을 듣고 두번째로 담배를 피우러 오두막으로 향했던 회장 기철은 기묘한 성식의 이야기를 듣고 오두막 밖에서 들리던 노랫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 알기 위해 소형 카메라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윽고 담배를 피우고 주민집에 모인 이들은 촬영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촬영된 영상을 본 기철과 정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모습으로 춤을 추기 시작하고 평소 오컬트 매니아였던 영수가 그것과 같은 일본 괴담을 이야기하면서 누구하나 도와줄 사람 없는 낯선 강원도 산골마을에 이들은 고립되고 만다.
- 신스틱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순수 인간들이 희귀해지기고 합성 유전자 조작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면서 그로 인한 서열이 재정립된다. 트래플플라넷사의 강도 높은 작업으로 인해 노무자들이 잦은 사고와 풍토병은 물론 자살로까지 이어지며 행성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자 회사는 박사를 통해 노무자들의 상담을 의뢰하게 되고 상담을 통해 박사는 K를 만나게 된다.
인간과는 다른 열등함으로 일컬어지는 합성 유전자이기 때문에 노무자들은 열악한 노무 환경은 물론 인간과 다르게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아 상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사는 인간처럼 의연하게 처신하는 K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를 상담하면서 K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원초적으로 태어났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합의에 의해 절대 그 누구에게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주기적인 만남 속에 박사와 K는 휴먼 콤플렉스에 대해 상담한다.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력 때문에 이슈가 되었던 것은 점점 희미해지면서 박사는 회사로부터 더이상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했고 그렇게 박사는 K와 작별 인사를 뒤로 오랫동안 헤어지게 된다.
'구 인간'의 종으로 태어난 K, 하지만 인간이면서도 합성 유전자 종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K는 자신과 다른 종으로 인해 생기는 휴먼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게 되고 박사의 궁금증 속에 이별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K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박사 앞에 나타난다.
- 희림 / 용옹기이 -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들른 주막집에서 재미교포 화가의 목숨을 살려주었고 보답으로 마침 잔치에서 받은 집안 어른의 일대기를 적어논 책 뒤에 그림을 그려준 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면서 화가의 그림이 폭등할 것을 예상해 책을 찾았지만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절 아버지가 책을 엿과 바꿔먹으며 영영 찾을 수 없었던 '용옹기이', 바야흐로 오랜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형이 헌책방을 누비며 찾아도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용수산이 형의 심부름으로 향했던 부산 헌책방에서 우연찮게 찾았으니 이제 이 책은 부르는게 값이라며 새삼 들떴던 이에게 헌책방에서 마주쳤던 사내가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것을 알고 책이 값어치를 알고 자신을 미행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용수산과 사내의 추격전이 벌어지게 된다
용씨 가문 어른의 일생을 담은 책 뒤에 그려진 유명 화가의 그림 한점, 도대체 값어치가 얼마나 나갈지 진품명품에라도 나올만한 사연과 역사를 자랑한 '용옹기이'를 갖고 튀는 용수산은 과연 사내를 무사히 잘 따돌릴 수 있을 것인가?
- 반치음 / 구독하시겠습니까 -
직원이 30명도 되지 않는 광고대행사에 다니고 있는 미이, 자신을 늘 못마땅해하는 팀장과 바쁜 일들이 벌어지는 매일같은 일상, 그런 그녀의 일상은 갑자기 유튜브 채널 '미이 씨의 하루'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유투브 채널 '미이 씨의 하루'는 몰카 방식으로 진행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신선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회사 직원을 통해 채널을 알게 된 미이는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촬영된 몰카가 버젓이 컨셉인 양 유투브를 통해 공개된 것에 경악하게 된다. 동영상 속 미이는 새로 산 바지가 엉덩이에 자꾸 껴 몰래 빼는가하면 흘러내리는 브래지어 끈을 남몰래 올리는 등 다소 민망한 장면들을 담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문제인 동영상은 타이트한 요가복을 입고 방안에서 동작을 따라하는 미이가 촬영된 것이었다. 반지하에 혼자 사는 미이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해 더욱 당황스럽고 소름끼치게 다가온 영상을 본 회사 동료들은 어쩌면 그렇게 몰카각으로 찍었느냐고 추켜세우면서 미이씨를 다시 봤다는 둥,어떻게하면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등 미이를 더욱 힘들게한다.
궁지에 몰린 미이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경찰관들의 불신과 미적지근한 반응이었고 자신이 편히 쉴 보금자리조차 도촬당하는 집에서 편하게 쉴 수조차 없던 미이는 모텔에서 생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 자신이 촬영되고 있을지 몰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미이의 생활은 급속도로 피폐해지는데....
나도 모르는 순간을 담은 나의 영상이 버젓이 네트워크를 돌아다니고 있다면? 나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영상을 즐기고 있다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며 여성들을 향한 악질적인 영상 유포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어제 오늘일만은 아니며 주범을 잡는다고하여도 같은 모습의 인물은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알기에 더욱 그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는 몰카를 담은 이 소설은 그저 자신의 화풀이나 성적 대상, 돈벌이로 삼아진 죄없는 선량한 여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더욱 소름돋고 끔찍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 권혜린 / 페이스트리 -
이제 젖을 뗀 어린 동생을 놔두고 도망간 엄마와 빚으로 인해 집에서 도망쳐야했던 가족 이야기를 그린 '페이스트리',
마지막 남아있던 돈을 탈탈 털어 마트에서 산 페이스트리와 떡볶이 포장마차 아저씨로부터 인수한 주황색 천막을 도약의 발판 삼아 아버지와 오빠, 나와 동생은 아빠의 제안으로 목소리를 팔기로 한다.
한강에 주황색 천막을 친 이들은 상대방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욕을 상대방이 하게끔 만들면서 그 말을 그대로 화음을 넣어 되파는 것으로 수입을 얻기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급기야는 방송국 섭외까지 오게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지만 인생 역전을 경험할 수 있었던 방송에서 찰진 욕을 선보이며 꿈은 좌절되었고 되레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어리면서 가족들은 다시금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샀던 페이스트리는 뿔뿔이 흩어진 와중에도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부풀려주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고 주인공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페이스트리를 만든다.
'페이스트리'는 와해된 가족의 비참한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긍정적으로 비춰준다. 그래서 약간의 거부감과 이해할 수 없는 어리둥절함이 함께 찾아오긴하지만 그렇기에 더 짠하고 슬퍼져서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금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보따리를 받은것처럼 순식간에 읽어버렸던 소설이라 기이함과 짠함, 공포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뭉쳐 기억에 많이 남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