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크로스로드 / 문을 열면 / 오사키 고즈에 지음

ㄷ 모양의 '엑셀 빌라 사쿠라 공원' 맨션, 지은지 20년이 지나 노후화되고 있는 빌라로 6층 높이의 72세대가 살고 있는 이 빌라는 도쿄 통근이 유리해 가족 단위가 많은 맨션이다.

아직 사회활동을 할 나이지만 백수생활을 하는 '쓰루카와'는 이사 준비 중 502호에 사는 '구시모토'씨에게 빌려온 잡지를 발견하고 저녁 9시를 넘겼지만 구시모토씨가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502호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502호에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가끔 구시모토씨가 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기척을 내며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쓰루카와는 거실에 기이한 모습으로 쓰러져 숨져 있는 구시모토씨를 발견하게 되고 신고를 할까 망설이다 무슨 연유에선지 조용히 문을 닫고 자기 집으로 향하는데.....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쓰루카와는 평소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구시모토씨의 상태를 알고 있었고 갑작스레 심장발작이 일어나 돌아가신 걸까 생각해보지만 그러기엔 아무렇게나 벗어져 있던 슬리퍼와 식탁 위 두 개의 꽃무늬 찻잔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쓰루카와의 집에 미소년인 '히로토'가 찾아와 502호에서 나오던 쓰루카와의 동영상을 찍었다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빌미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소년의 상황을 미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쓰루카와는 소년의 협박에 못 이겨 다시 502호로 향하게 된다.

구시모토씨 집에 다시 되돌아온 쓰루카와는 히로토가 찾아달라던 수첩을 찾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소년과의 거래를 마치게 되나 소년이 누구인지, 왜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그렇다면 구시모토씨가 죽어있다는 것도 소년이 알고 있었을 거란 추측과 그럼에도 자신보다 먼저 구시모토씨의 죽음을 맞닥뜨렸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쓰루카와는 히로토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시모토씨의 집에 방문했지만 전날까지 거실에 쓰러져 있던 구시모토씨의 시체는 사라지고 식탁 위에 있던 찻잔도 깨끗이 치워져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데....

일흔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구시모토', 평소 심장병이 있었고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지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쓰루카와는 구시모토씨의 죽음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히로토의 등장과 그의 도움으로 구시모토씨의 기이한 죽음 뒤에 있던 진실에 점점 다가서게 되는데....

<문을 열면>은 ㄷ자로 마주 보고 있는 맨션에 사는 젊은 가족, 오래 산 노인들, 관리인, 그리고 그곳에 친인척을 둔 사람들의 방문을 통해 평소 친하게 지내지 않고 심지어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치기 일쑤였던 사람들이 실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과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기만 했던 구시모토씨를 향한 상반된 견해는 '과연 내가 아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아찔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얽혀 독자들도 혼란스러움을 느낄 즈음 구시모토의 행적을 쫓던 쓰루카와와 히로토는 진짜 구시모토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에 사는 수많은 가구들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자주 보는 얼굴임에도 인사하기조차 서먹해 더욱 삭막해져가는 요즘 세상이 너무나 잘 반영된 소설이라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상대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는 이웃들이 있어 움츠려들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낼 용기를 주어 훈훈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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