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김선미 지음 / 연담L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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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L / 살인자에게 / 김선미 장편소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왔다.

다시 살인이 시작되었다.

십년 전 사업빚에 시달리다 동반자살을 실행했던 유재만은 아내인 순영을 칼로 찔러 죽이고 열다섯 살 큰아들인 진혁과 일곱살 진웅을 죽이려고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자 두 아들을 남긴 채 피웅덩이에 누워있는 아내 곁에서 자살을 실행한다. 하지만 자살을 실행한 보람도 없이 재만은 살아났고 가족 동반자살을 꿰했으며 미리 계획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생활고를 이기지 못했다는 점에서 십년형을 선고 받아 수감중이다.

그리고 아버지로 인해 죽음을 맞은 엄마와 감옥에 간 아버지의 빈 자리를 대신해 할머니 집으로 가게 된 진혁과 진웅, 하지만 그 곳에서도 살인자의 자식이란 손가락질을 받으며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던 중 유등 축제가 열리는 강가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익사체로 발견되고 목격자로 인해 진혁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또 한차례 사람들이 입방아에 오르지만 진혁은 물증이 없어 풀려나게 된다. 그리고 할머니는 없는 살림에 진혁을 아무도 모르는 서울로 올려보내 살게 한다.

그렇게 십년의 시간이 흐르고 엄마를 죽이고 형과 자신을 죽이려고했던 아버지가 출소하는 날, 십년만에 형이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면서 조용한 마을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살인자에게>는 둘째 아들 진웅의 시선과 아버지인 유재만의 시선, 큰 아들인 진혁과 할머니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족 동반자살이라지만 누구 하나 자살에 응하지 않은 아버지의 독단적인 자살 실행에 순식간에 가정은 파탄나고 어린 두 아들은 아버지가 엄마를 죽이고 자신들마저 죽이려 달려드는 상황에서 가장 듬직하고 든든한 가정이란 울타리가 얼마나 허술하며 위태로운 것인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불신은 이 어린 두 아들의 삶을 항시도 가만 내버려두지 않는다.

서울에서 홀로 지내던 진혁은 운이 닿아 모델일을 하게 되었고 잡지 화보에 실릴 정도로 유명해지면서 거물급 회장의 러브콜을 받지만 자신이 더 유명해지면 붙을 살인자의 아들이란 수식어 때문에 회장의 제의를 거절하게 된다. 그로인해 진혁은 일자리를 잃게 되었고 시골에서 할머니와 함께 사는 진웅이 또한 아버지의 낙인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받는 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하던 마을에 아내를 죽이고 아이들까지 죽이려고했던 금수만도 못한 살인마가 돌아오면서 술렁이는 가운데 진웅의 친구가 양계장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잠자던 사람들의 분노는 이들에게 향하게 된다. 하필 살인자의 아버지와 살인 누명을 썼던 형이 있는 그 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우연을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범인은 과연 누구인가?

가끔 뉴스를 통해 가족동반자살이라는 안타까운 보도를 접하곤 한다.

나 또한 가정을 꾸리고 있기에 너무도 극단적인 선택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짙어짐을 느끼는데 '죽으려면 자기 혼자나 죽지 어린 애들이 뭘 안다고 저렇게 끔찍하게 죽였을까...'란 생각과 그럼에도 친척집을 전전하거나 고아원에 남겨질 아이들이 오죽 눈에 밟혔으면 저랬을까...란 생각이 교차해 심란해지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그런 상황을 안타까워하거나 가장을 미친놈이라고 욕하는게 다일테고 실제로 진혁이와 진웅이처럼 살아 남겨진 아이들이 받을 상처에 대해선 꽤나 무감각한 것 또한 사실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을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꽤나 힘들었었다. 그리고 쉽게 결론을 낼 순 없지만 속단해서 편견으로 사람을 대하는 일에 조심함을 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뒤늦게 자신의 과오를 깨달은 아버지와 자신을 죽이려했던 아픈 상처와 그럼에도 아버지란 사실에서 오는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진혁과 진웅을 보며 너무나 먹먹하고 마음이 아파왔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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