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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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디오게네스 변주곡 / 찬호께이

몇년 전 '찬호께이'란 홍콩 작가의 <망내인>이란 소설을 읽고 흥분과 충격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전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에 다른 작품들도 찾아 읽게 되면서 이후엔 그의 이름만 들어도 믿고 보는 소설로 자리잡았는데 <디오게네스의 변주곡>은 그가 십여년간 발표했던 단편만을 엄선한 작품이라니 어찌 설레지 않을 수 있었을까?

'찬호께이'가 십년동안 발표한 단편답게 그의 색깔을 톡톡히 엿볼 수 있는 다양한 단편들을 만날 수 있는데 단편다운 분량의 소설에서 4페이지의 짤막한 단편들까지, 짤막한데도 묵직한 이야기거리가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것 같다.

처음 시작하는 '파랑을 엿보는 파랑'은 한 여성 블로거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소시오패스 주인공이 등장한다. 매일 그녀의 블로그에 접속해 그녀가 올리는 일상에서 그녀가 좋아하는 것과 그녀가 사는 곳을 유추하며 살인계획을 세우던 주인공은 다크웹에서 자신의 살인 계획을 밝히며 오랫동안 철저하게 준비한 살인 계획을 실행하려하는데.....

하지만 역시 '찬호께이'답게 생각지도 못한 장치로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시작부터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선사해 이어지는 '산타클로스 살인 사건'부터 '숨어 있는 X'까지 지루하게 읽을 틈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작품마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등장해 뜨악하게 될 때가 많은데 어느 순간 우리의 현실과 너무 닮아있는 내용이란 점에서 더 소름돋게 만들던 그의 소설은 범죄 느낌을 마구마구 살리면서도 어릴 적부터 늘 크리스마스만 되면 지겹도록 보아오던 '나홀로 집에'의 따뜻함을 선사해주기도 한다.

냉소적이며 자극적인 이야기들과 그러면서도 따뜻함으로 갈무리 되는 이야기, 그것과 달리 짧은 이야기 속에 우리 주변에 미치광이가 이리도 많은가 싶어 소름돋게 만드는 이야기들, 단편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왠지 누가 범인인지 알것 같은 느낌 속에서도 결코 쉽게 독자들에게 틈을 내주지 않는 등 꽤 치밀하게 전개되는 그의 이야기 속에 빠져들다 책을 덮을즘엔 역시 '찬호께이'하게 되는 것 같다.

<망내인>이나 <13.67>처럼 두께가 꽤 있는 소설에서도 그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지만 <풍선인간>에 실린 단편집을 보면서도 짧은 소설도 재미있게 쓰네란 생각을 했는데 그때보다 더 '찬호께이'의 작품이 진하게 농축되어진 느낌이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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