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현대문학 / 물이 깊은 바다 / 파비오 제노베시 장편소설

파비오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할아버지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요일을 달리하며 할아버지들과 낚시, 사냥, 아이스크림 먹기, 새 찾으러 가기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다른 아이들이 미처 터득하지 못한 자연과 독특한 할아버지들의 일상을 엿보며 자라게 된다.

그렇게 파비오가 여섯 살이 되던 해 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알파벳은 그럭저럭 뗀 덕분에 국어는 고통 없이 마주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수학, 늘 함께 시간을 보냈던 할아버지들은 수학을 가르쳐주지 않았고 그로 인해 파비오는 학교 수학 시간에 닭에 빗댄 문제를 풀 수 없었고 그 문제를 할아버지에게 들이민 순간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여섯 살 파비오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보면 어처구니가 없어 나름 유쾌하게까지 느껴져 나도 모르게 웃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여섯 살 손자를 둔 할아버지들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철없는 모습으로 두문불출하는데 독자가 보기엔 퍽 유쾌하게 다가오는 상황으로 보이긴해도 내가 만약 파비오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어깨가 부르르 떨릴만큼 창피하게 느껴질 순간들도 꽤 많이 등장하는지라 개그적인 요소와 파비오에 대한 연민등이 묘하게 뒤섞여 그럼에도 파비오는 어떻게 성장해갈까란 궁금증이 들었다.

만치니 사람들이 몰려사는 마을, 그 속에서 자라난 파비오는 팩맨 게임을 하며 친구들이 놀 때 할아버지들과 산과 바다를 누비었고 그렇게 자라난 덕분에 옷장에 몰래 포장되어 있던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기 전까진 산타할아버지가 있다고 믿는 순수한 아이였다. 그렇게 한해 한해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주축이 된 가족들 이야기 속에서 점점 성장해 나가는 파비오.

<물이 깊은 바다>를 처음 접하고 읽기 시작하면서 작가 이름이 소설 속 등장하는 여섯 살 꼬맹이 이름과 같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점점 이 소설이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흔까지 결혼을 하지 못하면 늙어죽을 때까지 혼자여야하는 만치니 가의 저주가 붙어 파비오 곁에 할아버지들은 장가도 가지 않은 채 늙었고 그것이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모르게 파비오에게 다양한 추억을 안겨 준다. 비록 납득할 수 없는 수학 문제로 느닷없이 학교로 찾아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고 파비오가 이해할 수 없는 요상한 잡담을 늘어놓긴하지만 지난 후에 되돌아보면 그런것들이 작가의 삶에 있어 자양분이 되었음은 소설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포장된 크리스마스 선물을 아들에게 들킨 엄마가 산타 할아버지는 전 세계를 돌기엔 너무 나이가 많으며 힘이 들기에 미리 가정마다 몰래 숨겨뒀다며 어물쩍 아들을 이해시키려는 말과 물에 대한 공포에 떠는 아들에게 바닥이 발에 닿지 않더라도 죽지 않을 수 있음을 몸소 알려준 아버지, 파비오의 곁에서 생활의 지혜를 수백만가지는 알려줄 수 있었던 어벤져스 같은 할아버지들, 나는 형제가 없고 친인척이 많지 않아 그런지 아버지의 불우한 사고에 마음이 싸함을 느끼면서도 파비오의 곁에 유별난 할아버지들이 있고 아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부모로서의 행동을 보여주는 파비오의 엄마 아빠를 보면서 아이를 키우는 같은 부모의 입장에 이입되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하는가?란 난해할 수도 있는 물음에 왠지 조금은 안도를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요즘같이 각박하다면 각박한 메마른 세상에 <물이 깊은 바다>의 파비오를 통해 가정에, 자식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정확한 답이 되어주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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