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게도 그를 알게 된 계기는 일본의 유명한 작가가 낸 소설이 <아큐정전>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현시대의 한 획을 긋고 있는 작가에게 있어 <아큐정전>은 과연 어떤 의미였을지 그 또한 호기심이 들어 읽기 시작했지만 첫 느낌은 뭐랄까 시대적 암울함은 충분히 느껴지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온갖 수식어를 붙였기 때문인지 그만큼의 감동이나 여운을 미처 느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 후로 루쉰의 여러 작품을 읽으며 그의 행보 또한 궁금해 관련된 책을 읽게 되면서 누군가 루쉰을 이야기한다면 인물 정도에 대해 아는척은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항상 작품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 또한 남았었기에 이주노 박사님의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란 책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던 것 같다.
중국 고전 소설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인물 '루쉰',
하지만 루쉰의 여러 작품을 읽은데 반해 아쉽게도 <광인일기>를 미처 읽지 못하였기에 내용을 알지 못하고 풀이를 따라가는 초반길에 당혹스러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묘하게도 중간중간 등장하는 소설과 설명을 읽으며 더욱 궁금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는 <광인일기>의 의미생성구조와 의사소통구조, 문학적 시공간으로 1장을 차지하고 있다. 미처 소설의 내용을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주인공이 누군가와 말을 하고는 있지만 같은 단어라도 소통하는 의미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게 꽤 흥미롭게 비춰졌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눈은 타인과 전혀 다르게 반응하여 사람들이 잡아먹고 잡혀먹는 상황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듯한 모습을 보며 같은 말 속에 담긴 이중적 의미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칠 정도로 감탄하게 됐다.
이어 광인일기의 창작에 대한 시대 의식을 담은 2장과 모파상의 '오를라',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가 광인일기와 어떤 연장선상에 있는지를 담은 3장, 중국과 일본, 한국에서 진행됐던 광인일기 연구를 담은 4장을 통해 루쉰의 광인일기는 재탄생한다.
한장한장 책을 넘기며 들었던 생각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그만큼 섬세하고 꼼꼼한 작품 해석을 읽을 수 있었고 144쪽자리에 불과한 루쉰의 소설을 이렇게나 광범위하게 담아내고 있다는데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됐던 것 같다.
솔직히 유명하고 거론이 많이 되지만 그만큼 이해하는데 뭔가 미흡하고 아쉬웠던 느낌이 많았는데 '광인일기'만큼은 업그레이드 된 작품 해석으로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