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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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인 / 분신 / 히가시노 게이고

'어쩌면 엄마가 나를 싫어하는 것은 아닐까....'

마리코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어렴풋이 엄마가 자신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늘 자신에게 다정하고 살갑게 대하는 엄마지만 이따금씩 넋을 잃고 혼자 우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 그 슬픔이 자신으로부터 비롯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런 마음을 내내 마음에 담아뒀던 마리코는 중학교로 진학할 무렵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가는게 좋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뜻 때문에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고 그렇게 좀더 어리광을 부려도 좋을 나이에 마리코는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방학을 맞아 집에 돌아온 어느 날 엄마가 준비한 저녁을 먹고 정신을 잃은 마리코가 눈을 떴을 때 집이 불타는 것을 보게 된다.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긴하지만 경찰은 가스 스토브 때문에 화재가 난 것으로 결론을 짓지만 마리코는 모든 정황상 엄마가 자살을 선택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태어났을 때부터 자신의 생물학적 아버지를 전혀 알지 못한 채 자란 후타바는 간호사 일을 하는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자라며 아버지 없는 아이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후타바는 잘자랐고 교내에서 밴드 활동도 활발히 하며 드디어 방송 출연을 하게 됐지만 설레임도 잠깐 엄마의 반대에 부딪치고 만다. 하지만 자신을 포함한 친구들의 바램이 있기에 방송 출연을 밀고 나갔던 후타바는 방송 출연 때문에 엄마를 잃는 일과 자신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삶을 만나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하는데....

후타바가 방송 출연 후 집 앞에서 엄마가 중년 남자와 이야기하는 것을 본 다음 날 엄마가 퇴근길에 뺑소니를 당해 죽게 되고 혼자 남겨진 후타바는 뺑소니가 사고사가 아닐 것 같은 정황을 포착하면서 누가, 왜 엄마를 죽이려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에게 신세를 졌다며 사고사를 밝히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나타난 고스케와 함께 엄마의 젊은 시절부터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마리코는 엄마가 화재를 일으켜 자살했다는 의구심을 가진 채 스스로 뭔가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모으던 중 시모조라는 여성의 도움을 받아 아빠가 대학시절 연구하던 것과 엄마의 자살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엄마의 죽음을 조사하던 마리코와 후타바는 조사가 더해질수록 생각지도 못했던 프로젝트에 맞닥뜨리게 되고 그것은 그녀들의 삶을 뒤흔들만큼 강하게 다가오는데....

추리나 범죄, 다양한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며 '이 작가의 아이디어는 어디까지일까?'가 궁금해지곤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분신>, 이 소설은 메디컬 소설이란 점에서 그동안 만나왔던 그의 소설과는 확실히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긴하다. 하지만 응급실에서의 급박한 상황을 다룬 메디컬 소설이 아닌, 인간의 호기심이 깃든 과학의 진보와 인간 윤리라는 양날의 검을 다룬 소설이라 꽤 묵직한 느낌을 안겨준다.

자연 섭리와도 같은 인간 본연의 생리를 거스르는 실험이 가져온 자아 파괴적인 고통은 과연 과학의 축복이라며 마냥 축하하고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진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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