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정신 / 0 영 ZERO 零 / 김사과 소설

명문대 독일학과를 나오고 시간강사를 하며 잡지사 편집위원이란 직함을 달고 있는 주인공, 36살의 나이에 해외 유학 경험도 있으며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자기 명의로 된 아파트는 물론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물려주신 유산도 좀 있는 그녀.

남부러울 것 없는 인생을 사는 그녀는 지금 4년간 만난 남자친구에게 구구절절한 이별의 이유를 듣고 있다. 슬프거나 당황할 법도 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카페의 낯선 사람들의 동선을 하나하나 살피며 느긋해보이기까지 하다. 4년동안 남자친구가 그녀에게 서운했던 것들을 토해내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카페의 낯선 사람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상황을 즐기며 남자친구에게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나의 그런 행동들 때문에 힘들었다면 미안하다는 예의상의 펀치를 날리며 기묘한 이별은 끝이 난다.

자신과 같은 학교, 같은 과였지만 별로 친하지 않았던 친구의 암 발병으로 인해 갑자기 맡게 된 강의, 수 많은 밀레니얼 제자들 속에 그녀는 독특한 패션을 한 박세영이라는 제자에게 눈독을 들이고 사적이 만남을 만들어 문학 이야기를 통해 그녀를 낚기 시작한다.

<0 영 ZERO 零>을 읽다보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주인공의 독백이 낯설지 않으면서도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어느정도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황이지만 모든 세상의 중심은 나로 인해 존재하는 듯한 주인공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병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마치 상대방과 밀고 당기는 게임을 즐기는 듯한 상황의 연속 속에 오히려 상대방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혼자만이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듯한 방식에서는 사이코패스적인 소름까지 선사한다.

두껍지 않은 분량에도 범상치 않은 제목이라 꽤 흥미로운 소설일거라 생각했는데 읽으면서 '이거 뭐지?'라는 반문과 함께 후반부로 넘어오며서 왠지 주인공에게 맘껏 휘둘리고 낚인 기분에 찜찜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구성과 기묘함까지 느껴져 꽤 색다른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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