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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도쿄행 -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 유람기
이상 외 지음, 구선아 엮음 / 알비 / 2019년 10월
평점 :
대부분 조선시대 지식인으로서 변호사나 교사, 언론인이란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독립운동에도 뜻을 둔 6인의 세계 여행기를 담은 <이상의 도쿄행>
자의적이진 않았지만 개항이 되면서 서구문물을 받아들였던 조선은 밖으로는 전쟁이라는 세계적 불안감 조성과 안으로는 일제탄압을 겪으며 현실과 이상이 충돌하는 세기를 겪었을 것이다. 책 속에 소개된 지식인들의 세계 여행기는 대부분 1920년대 여러 나라를 돌며 보고 들은 것등이 정리되어 있는데 요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여행기와 달리 각국을 돌며 그나라의 경제 상황과 풍경, 사람들의 인상, 각 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조선인 유학생들의 수와 숙박에 드는 경비등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행기의 첫장을 여는 변호사이자 독립운동가였던 '허헌'은 일본을 출발해 하와이와 미국에 도착해 미국 유명인들을 만나는 장면들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조선은 일본에 의해 탄압을 받고 있었던 시대였기에 그들을 만나 구체적으로 어떤 말들이 오고갔는지, 재판소 등을 보면서 생각한 것들을 글로 담을 수 없는 슬픔과 암담함이 느껴져 무엇을 전하려했음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던 이광수와 이상의 여행기도 볼 수 있었는데 상해임시정부와 관련이 있었던 시절을 떠오르게하는 그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었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난해한 글로 유명한 이상의 동경 여행기는 독특하다기보다는 기존의 그의 글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 들게 됐던 것 같다.
아무리 철도가 놓아졌고 큰 배가 다닌다하여도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검색과 언어 번역이 가능한 요즘 사람들이 들여다보기에는 미국 가는 뱃길이 한달이나 걸리고 마지막 차편이 몇시인지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물어 찾아가는 여행은 그 자체로 두렵게 다가왔던 대목이었다. 당시엔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여행했기에 큰 불편없이 감수했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불편함 그 자체일 수도 있는데 반대로 그런 모습에서 옛 향수의 느낌도 들게 됐던 것 같다.
글과 말로만 듣던 세계의 다양함과 흥미로움을 직접 보고 경험할 때의 짜릿함, 발전한 나라의 경제와 드넓은 농경지를 보고 감탄하는 그들의 눈을 통해 1920년대를 함께 여행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