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덥고, 더운....남쪽나라, 이따금 스콜이 퍼붓는 나라 캄보디아.
캄보디아하면 떠오르는 앙코르와트와는 거리가 먼, 번화가도 아니며 그렇다고 특출나게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닌 프놈펜에 호텔이라하기엔 거창하고 민박이라하면 딱 맞는 '원더랜드' 주인인 '고복희'는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루틴으로 움직이며 민박집의 하루를 연다.
손님이 있으나 없으나 고복희는 매일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지만 최근 단호박 같은 고복희의 성격 때문에 원더랜드의 소문이 좋지 않아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발길이 뜸해진 요즘, 직원인 '린'의 제안으로 조식과 석식을 포험한 한달살이 프로그램을 계획하여 사이트에 올려놓게 된다.
한편 한국에서 취준생인 박지우는 잘나가는 친구의 SNS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인생을 비교하다 인생에서 뭔가 즐거운 일을 저질러보고 싶은 충동에 원더랜드 한달살기 프로그램을 결제한다. 취업도 안되고 엄마의 잔소리를 듣는 구질구질한 나날들 속에 잘나가는 친구에게도 뭔가 자랑거리를 할 수 있겠다는 뿌듯함에 휩쌓인 박지우의 첫 해외여행은 그렇게 시작됐.지.만....막상 도착한 캄보디아의 날씨는 엄청나게 더웠고 무질서와 빈곤과 매연에 상상하던 여행의 환상은 첫날부터 깡그리 무너진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캄보디아에가면 멀지 않은 곳에 앙코르와트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던 박지우는 도착 다음날 원더랜드에서 앙코르와트가 멀리 있다는 것을 알고 또 한번 좌절하게 되는데 고복희는 그런 박지우가 한심하기만하다.
바늘을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올 것 같은 원더랜드 주인 고복희와 취준생하면 떠오르는 절박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박지우, 한국에 유학을 가기 위해 부지런히 돈을 모으고 있는 명석한 두뇌의 원더랜드 직원 린, 각기 뚜렷한 성격의 이들이 원더랜드에서 펼칠 이야기가 꽤 기대되었지만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나 포복절도할 정도로 웃음 코드는 선사하지 않는다. 굉장한 웃음 코드가 들어 있을거라는 기대와 상반되는 잔잔한 이야기가 펼쳐져 왠지모를 아련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고복희는 왜 한국에서 중학교 영어 교사라는 탄탄한 직업을 버리고 남쪽 나라인 캄보디아에 홀로 와서 민박집을 하는걸까? 인생의 낙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고 매일 똑같이 기계적으로만 움직이는 그녀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이야기를 읽는내내 들었던 궁금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엔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 사회가, 몇십년이 지난 후 프놈펜에서 또다시 되풀이되는 한국인들의 이기심이 겹쳐져 조금 답답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바뀌지 않는 이기심을 이야기 속에 담담히 녹여내 어느 순간은 뭉클해지기도했고 커다란 액션 없이도 사람을 자극하고 울림을 줄 수 있다는데 감동이 느껴졌던 것 같다. 더구나 이런 감동이 전해지는데 첫 소설이라니, 작가의 이름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