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
과연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할까?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던 꼬꼬마 시절엔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하리라 생각했다. 권선징악이라는 가르침 때문에 잘못은, 정의는 언젠가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있으며 그런 믿음은 모든 법 앞에 인간은 평등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머리가 클수록 과연 법 앞에 인간이 평등한 것일까?란 생각엔 자뭇 회의적인게 사실이다.
그리고 최근 증거 조작이나 증거 불충분이란 이유로 심증으론 범인이 확실하나 실제론 범인은 없는 무고한 죽음이 가득하다는 현실과 사법수사의 헛점으로 인해 원죄에 대한 처벌이 논란이 되는 일들이 벌어지면서 평등하고 투명한 인간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정의로운가라는 의문점이 많이 들게 되었다.
그랬기에 <왜 살인자에게 무죄를 선고했을까?>의 책 제목에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12가지 충격 실화가 실려 있다. 12가지 사건을 통해 배심원의 해임,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정당방위, 일사부재리 원칙, 변호사 윤리장전 제19조, 기소편의주의, 촉법소년, 위법수집증거의 배제, 범죄피해자보호법 제2조 1항 같은 범죄 소설이나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단어들을 만나게 된다.
결혼 후 아이를 낳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집안일 등 사소한 것에 메모를 붙이고 아내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끊임없이 내뱉었던 남편이 상해까지 입히게 되면서 아내 곁에 다가가지 못하도록 조치가 취해진 가운데 폭력 사건이 다시 일어나게 되고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카타리나는 지방법원으로부터 5년간 배심원에 임명한다는 내용을 받게 되어 할 수 없다는 의사표현을 하였으나 이는 결격 사유가 되지 않아 거부당했고 그렇게 참여하게 된 재판에서 카타리나는 아내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자신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에 눈물을 흘리게 되는데 배심원의 이런 행동에 경고조치를 받은 카타리나와 그게 원인이 되어 남편이 행한 행동은 기각된 상황에서 재판은 마무리되고 그로부터 4주 후 아내는 남편에게 둔기로 머리를 맞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렇듯 이 책엔 영화같은 이야기가 12편이나 실려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재판 실화 소설이나 다큐멘터리의 형식과는 다르게 진행되어 이야기가 일단락될 때마다 도대체 이야기의 주제가 무엇인가 싶을만큼 아리송하게 다가왔지만 재판에 얽힌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변호사나 검사, 배심원의 당시 상태를 알려주기 위함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다소 낯설게 다가왔던 전개가 신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얇은 두께만큼 큰 부담없이 다가오는 책이긴하지만 사건만큼은 결코 가볍지 않아 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던져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