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르네 놀트 그림,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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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 / 시녀 이야기 그래픽 노블 / 마거릿 애트우드

벼르고 벼르다 읽지 못했던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를 소설보다 그래픽 노블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시녀 이야기>는 지금껏 만났었던 여성들을 옭아맨 수 많은 이야기들과는 또 다른 강렬함으로 다가왔는데 그래픽이 주는 강렬한 색채가 더해져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대재앙 후, 대통령을 사살하고 의회에 총알 세례를 퍼부었던 군대가 계엄령을 선포하면서 여성의 인권은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여성은 사회 생활을 할 수 없으며 자신의 이름으로 영위하던 모든 재산권을 사용할 수 없고 어딜 가든 삼엄한 감시하에 놓여 있게 되었으며 여성의 신체 능력에 따라 하녀, 아주머니, 시녀 등으로 분류되어 기계적인 삶을 할당받는다. 그 중 주인공인 '오브프레드'처럼 시녀로 분류된 여성들은 오직 아이를 생산할 수 있는 자궁의 능력만으로 자신의 생사를 결정할 수 있는데 자신의 자궁 능력을 발휘하는 일이란게 또 눈을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가관이다.

 

 

여성으로 태어난 것이 재앙이며 강간을 당한 것조차 나의 잘못이라고 여기는 세상, 끔찍한 강간을 당한것을 치유 받기는커녕 나의 잘못으로 인해 강간을 당했으니 벌을 받아 마땅하다는 사회적 인식은 강한 분노를 일으킨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이 책이 출간되었던 1985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남성들의 인식 변화는 과연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싶어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나왔다.

 

 

오직 자신의 자궁 능력만으로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누릴 모든 것을 박탈당한 '시녀'들, 고위간부인 사령관의 집으로 들어가 정해진 기간과 횟수 안에 아이를 임신하지 못하면 내쳐지는 존재들, 임신 가능한 날에 생산력이 있을까 의문스러운 늙어 빠진 사령관과 심지어 그의 아내까지 함께하는 공간에서 행해지는 기계적인 성행위를 통해 자신의 앞날을 점쳐보는 시녀들의 삶.

계엄령이 선포되기 전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딸이 있었으며 자신 이름으로 된 계좌와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으나 지금은 남편의 생사조차 알 수 없으며 자신의 존재를 잊은 딸아이의 사진을 통해서만 눈물을 머금고 가슴을 쓸어담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사랑을 꿈 꿀수도, 사랑하는 이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도 없이 자신의 자궁 능력만을 걱정해야하는 삶, 오직 상위 권력자들의 쾌락적 탐닉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자궁만을 강요당하는 '오브프레드'의 삶만 서글프게 다가오진 않는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령관의 아내 역시 행복과 평범함을 버린 채 그저 사회 구조가 만들어버린 여성의 잔인한 굴레를 뒤집어쓰고 사회가 정한 룰에 자신을 꿰어맞추며 무미건조한 삶을 지탱해나가며 눈앞에서 자신의 남편이 다른 여인과 성행위를 하는 것을 정숙한 아내의 본보기인양 감내하는 모습에선 온몸에 소름이 돋는 충격과 공포감마저 전해진다.

단순히 남성중심 사회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넘어서는 <시녀 이야기>, 권력이, 사회의 부조리함이, 여성의 인권 유린이 이토록 강렬하고 눈부실 수 있다는 것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감동을 소설로도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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