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42 /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 김미조 장편소설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것일까.'

헌책방 '솔'의 사장은 나에게 <치다꺼리 지침서>를 먹으라고 건넨다. 어서 먹으라고 재촉하는 김사장. 나는 책의 모서리를 가져와 살짝 깨물어 조금씩 먹기 시작한다. 그 책은 미처리 시신이 된 허 08의 인생이 들어있는 책으로 살짝 맛을 봄으로써 미처리 시신이 된 허 08을 만나게 된다.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나이를 먹은 허 08은 그의 형에겐 짐스런 존재이며 자기 자신조차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던 그의 삶에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란 책을 쓴 저자의 강연은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던져 주었다. 그의 강연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인생을 바꿔보고자 노력했던 허 08, 하지만 그는 옥탑방에 싸늘한 시체가 되어 누워 있다.

두번째 등장하는 미처리 시신인 지 31은 허 08이 그토록 따라다녔던 책의 저자이다.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었던 시대에 태어나 자신의 힘으로 모든 것을 이룬 그는 용기와 희망을 잃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강연과 자신의 책을 통해 긍정의 기운을 쏟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의 책이 '나'의 대필에 의해 탄생한 책임을 모르고 있다.

김사장과 '나' 사이에 끼어 있는 여인 '시요'와 관련있는 노 17, 그는 억척같은 와이프의 충격스런 모습에 집을 나와 거리를 전전하다 재건축 주택가에 터를 잡는다. 미처리 시신에게 주어지는 18시간을 그 곳에서 알게 된 '장'을 위해 거침없이 써버리는 노 17.

마지막 등장하는 미처리 시신 푸 13, 가난이 싫었던 그녀에게 다가왔던 정상적이지 않은 소년과의 만남은 그녀를 교통사고로 이끌고 결국엔 미처리 시신이 되기에 이른다.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는 대필가인 '나'가 헌책방 김사장의 지시로 미처리 시신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그들의 사연을 알게되는 내용으로 대필가인 '나'의 죽음과 '김사장'의 죽음이 어떤 연관성을 가지고 있을지가 각각 등장하는 미처리 시신들의 이야기 속에서도 궁금하게 다가오는 소설이다.

가진 것이 없고 그러하기에 더욱 좌절할 수밖에 없는 미처리 시신들의 이야기 속에서 후반부로 갈수록 도대체 '나'는 왜 죽었을까?란 궁금증과 뭔가 임팩트 있는 한방을 노렸던 독자라면 조금은 고개를 갸웃하게 되는 내용이긴하지만 미처리 시신의 뒤치다꺼리라는 내용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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