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말할 진실 창비청소년문학 93
정은숙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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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 내일 말할 진실 / 정은숙 소설집

창비청소년문학 93 <내일 말할 진실>은 청소년이 주인공인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이 된 '내일 말할 진실'은 엄마의 빚으로 인해 가족이 뿔뿔히 흩어져 고모의 집에 얹혀사는 세아의 이야기이다. 지방에서 일하는 아빠가 보내는 생활비가 늦어 학교 사물함에 여비로 마련했던 생리대를 조심스럽게 챙겨들었던 세아는 1학년 때 담임이었던 임선생과 마주치게 되고 친근한 어투로 세아에게 차를 권하는 임선생 덕분에 울적한 기분을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며칠 뒤 SNS로 임선생의 성추행을 받았다며 글이 올라오게 되고 이 글은 학생들과 학교에서 엄청난 논란이 일게 된다. 평소 학생들을 불러들여 은근한 터치를 했다는 임선생의 일화를 폭로한 댓글들이 이어졌지만 반면 처음 성추행 글을 올렸던 예주의 품행에 대한 비난의 글도 올라왔다. 그런데 이 일은 하필이면 그날 임선생을 만났던 세아가 찍은 사진이 임선생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으로 흘러가면서 본의 아니게 세아는 예주와 불편한 관계에 처하게 된다. 그전까진 한번도 임선생에 대해 이상한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기에 예주의 성추행 사건이 황당하게 들렸지만 이후 이어지는 증언들 속에 임선생의 행동을 돌이켜보니 세아는 자신이 생각한 임선생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여학생을 향한 남선생님의 성추행을 폭로한 사건인 '내일 말할 진실', 형의 죽음이 가족 사이에 깊은 슬픔으로 내려앉았지만 예상밖의 곳에서 일어날 수 없는 확률로 맞닥드리게 되는 형의 존재를 담은 '빛나는 흔적', 분단국가의 특수한 상황을 총으로 겨눈 것에서 벗어나 작은 자유로부터 시작하겠다는 오빠의 이야기를 담은 '손바닥만큼의 평화', 5,000시간 무사고를 자랑했던 수빈이 아빠가 야간 초계 비행 훈련 중 사망하게 되면서 아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엄마의 싸움과 작은 오해가 불러왔던 가슴 아픈 친구 이야기를 담은 '버티고', 비록 공부는 못하지만 이삿짐을 나르다 허리를 다친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 가장 노릇을 하는 영재의 이야기를 담은 '영재는 영재다', 성공하기 위해 지독하게 공부하고 알바했던 누나의 부재로 인해 대한민국 젊은 세대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경우의 사랑', 아빠 몰래 담배를 피우다 건너편 길에서 바지에 손을 얹고 있던 아저씨의 사진을 찍어 신고했지만 뚜렷해보이지 않는 화질과 지목된 사람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 담배 피우다 세번 걸리면 퇴학이라는 학교 교칙과 맞물려 권력을 상대해야하는 묘성의 이야기를 다룬 '그날 밤에 생긴 일' 등 7편을 통해 학교와 가정, 생각지 못한 곳에서 벌어지는 청소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내용만큼이나 민감하게 다가와 주저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고 조금은 후련한 이야기도 있다. 반면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도 있어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마주하기 힘든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나가고자하는 아이들의 의지가 실려 있어 조금은 밝은 마음으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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