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걸으며 떠나는 유럽 예술 기행'
<산책자의 인문학>이란 제목 때문인지 선선한 이 가을에 너무도 잘 맞는 책이란 느낌이 들었다. 독서와 사색의 계절 가을에 맞게 유럽으로 떠나는 예술 기행, 책만 봐도 설렘이 가득 다가오는 제목에 가슴이 심쿵했던 것 같다.
나는 예술과는 꽤~ 거리가 있어 단순히 예술품에 대한 지적 남발만을 나열한 책이었다면 한장한장 넘겨보는 것을 곤역으로 여겼을테지만 유럽 곳곳을 여행하며 몇 백년 전 살았을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품을 함께 살펴보는 구성이라 기대보다 더 빠져들어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산책자의 인문학>은 영국 옥스퍼드의 '루이스', 런던의 '르 카레'와 '포사이스', 프랑스 샤를빌 메지에르의 '랭보', 파리의 '포사이스', 리옹의 '생텍쥐페리', 생 레미 드 프로방스에 '고흐'와 '노스트라다무스', 뤼브롱산의 '도데', 독일 베를린의 '르 카레', 이탈리아 피렌체의 '보티첼리', '단테', 체르탈도 '보카치오', 아리초의 '페트라르카', 베네치아 '카사노바', 오스트리아 찰츠부르크의 '모차르트', 빈의 '클림트'와 '포사이스'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유럽 곳곳마다 그들이 태어나고 활동했던 곳과 지나쳤던 곳들을 살펴볼 수 있고 프랑스 생 레미 드 프로방스의 정신병원에서 고흐가 삶을 보냈던 곳에서 2km 떨어진 곳에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가가 있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1부의 '온몸의 감각을 깨우는 예술의 도시를 산책하다'편에 등장하는 보티첼리와 피렌체 편에서는 메디치가의 인연에 얽힌 보티첼리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데 워낙 유명한 화가라 그의 그림을 해석한 다양한 책을 보았던 독자라면 저자의 색다른 해석을 살펴볼 수 있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생 독신으로 살았지만 여성 편력이 대단했던 클림트와 관계됐던 '알마 말러'의 일화들도 흥미롭게 다가왔고 무엇보다 베네치아편에 등장하는 '카사노바'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난봉꾼이란 이미지로 박혀 있는데 반해 파도바대학교에서 민법과 교회법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지식인에 더불어 그의 직업을 딱히 한가지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무뢰한과 방랑자라는 이미지 말고도 군인, 탁발승, 모험가, 마술사, 복권 사업가, 금융업자, 외교관, 철학자, 연금술사, 바이올린 연주자, 어릿광대 등 다재다능함을 엿볼 수 있었다. 워낙에 여성들과의 음탕함이 대명사가 되어 안좋은 이미지가 강한 그의 스펙은 그야말로 반전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으니 여성편력, 우울감이나 무기력함, 권력등과 얽혀있는 여러 예술가들의 삶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게 다가왔던 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깊이있게 알 수 있는 책이라기보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삶을 두루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다양한 예술인들의 다채로운 삶을 살펴 볼 수 있고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았던 그들의 삶에서 탄생한 예술품을 알고보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