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성에 관해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청소년들의 성을 다룬 이 책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조금 더 다가갈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었다. 하지만 책을 읽기 전 그런 생각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을만큼 순수한 생각이었는지 책을 덮으며 어른으로써 느껴야할 미안함이 더 크게 자리잡았던 <버진 신드롬>
<버진 신드롬>은 열일곱살의 성을 다룬 6가지 이야기로 임신, 데이트 폭력, 성매매, 첫사랑, 성병, 성폭력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어쩌면 가장 순수하고 순결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하는 어른들의 생각 뒤로 이미 아이들은 많은 것을 보고 들어 어른들이 생각하는 어린아이가 아님에도 내 아이는 그렇지 않으리란 착각에 빠져 현실을 바로보지 못하는 부모들에게는 이 책이 참 불편하게 다가올 수 있다. 청소년들의 성 이야기를 담고 있기에 청소년들이 주는 고정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뿐이다.
친엄마가 누구인지 모른 채 키워준 부모를 친부모라고 여기며 자랐던 은휘는 어느 날 부모님의 방에서 흘러나오던 이야기를 듣고 그대로 가출을 감행한다. 공부보다 춤추는 것이 마냥 좋았던 은휘, 그렇게 갈 곳없이 밖으로 돌던 은휘는 자신처럼 가출한 우진을 만나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바깥 생활과 자기 자신에게 자신이 없는 이야기를 다룬 <베이비, 베이비>, 지방에서 공사장 일을 하느라 집을 비우는 날이 많은 아빠와 얼마전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부재는 이한이란 멋진 아이가 그에 대한 보상이라고 여기던 미지는 가슴을 두근거리게하는 이한이의 의외의 행동에 멈칫멈칫하게 되는데 갑자기 돌변하는 이한의 모습 뒤에 숨은 가족의 힘든 모습을 담은 <종이 가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고 착실히 공부해나가는 언니와 비교하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지겨운 리나는 모델이 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지만 경찰단속대에 의해 체포되지만 부모와는 바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처음 겪게 되는 두려움 속에서 어렵게 연결돼 경찰서에 찾아온 부모님은 리나의 가슴을 후벼파며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드는 <나비의 겨울>, 딱히 뭔가 하고 싶은것도 없이 학교를 다녔지만 그마저도 맞지 않아 휴학을 한 해미는 엄마와 매일같이 전쟁같은 실랑이를 벌이며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세계를 돌며 사진을 찍는 아빠의 권유로 아프리카로 떠나게 된다. 그 속에 자신의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을 만나게 되고 아프리카의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사막에서 왈츠를>, 할머니와 지하방에서 사는게 지겨웠던 진주는 미용 기술을 배워보려 변두리 미용실에서 먹고 자며 잡일을 하지만 미용사인 어른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되고 그로 인해 심각한 병에 걸려 수술을 앞두고 열살 이후 보지 못한 엄마가 찾아와 울부짖는다. 엄마의 그런 모습이 상처로 남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밝은 미래를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곰팡이 꽃>, 북한에서 인신매매를 겪고 힘든 기억을 안고 남한으로 오게 된 설화, 모임에서 예쁘지만 까칠해보이는 몽희를 만나 친해지고 싶지만 남녀 구분없이 까칠하기만한 그녀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캠프의 마지막날 성과 관련된 강의를 듣다 설화와 몽희는 잠재되어 있던 상처를 꺼내게 되고 누구에게 꺼내지 못했던 상처를 서로 보듬어주며 친구로 발맞추어 나아가게되는 이야기 <나의 첫 여자친구>
여섯가지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한숨이 저절로 흘러나오는데 그 속에서도 끊임없이 드는 생각은 어른들의 무책임이었다. 아이들 그대로를 보기보다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기 위한 그 무엇에 지나지 않는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의 무개념은 어린 나이에 상처를 받으며 힘들어하는 아이들만큼이나 마음아프게 다가와 읽는내내 너무 힘들었다. 앞으로는 이런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되뇌여보게 되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