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관심이 가리라 생각한다. 스페인이란 곳은 문화와 역사를 자랑하며 소설속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곳이지만 정작 스페인 작가가 쓴 소설은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았었기에 <테베의 태양>은 미지의 영역으로 한발 내딛는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다.
지긋지긋하게 안써지던 글이 오늘따라 기똥차게 잘 써짐을 느끼던 '마누엘'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던 불청객으로 인해 소설의 흐름을 망쳐버린다. 하지만 글이 너무 잘써지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누엘은 방문객이 택배기사이거나 외판원이라 생각하고 응답하지 않은 채 글을 이어가려고하지만 계속 되는 두드림에 방문객을 맞이하게 되고 과르디아 시빌 대원이 전한 예상치 못한 소식에 그저 멍할 뿐이다.
15년동안 함께 살아왔던 동거인이자 배우자였던 '알바로'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마누엘은 알바로가 죽었다는 사실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간 그가 왜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동성이긴하지만 엄연히 그와 결혼한 배우자이기에 마누엘은 알바로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동안 알바로가 자신에게 숨겼던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배신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알바로가 자신을 속여왔던 3년간의 이중생활을 알게 된 마누엘은 타오르는 배신감을 억누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생전에 정해놨던 상속절차로 인해 그의 유산상속자가 되어 알바로의 고향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누엘은 노게이라는 중위로부터 알바로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알바로의 아버지가 3년전 돌아가시며 비록 동성애로 인해 연락을 끊고 살았던 자식이지만 자신의 후작 자리를 알바로에게 물려주었고 그것을 마누엘에게 숨긴채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누엘은 알바로가 그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냈고 그의 가족과는 어땠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알바로가 동생을 지키려고했던 선택 때문에 비난을 받고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져 힘들어했던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테베의 태양>은 15년동안 함께 산 동거인이자 배우자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숨겨져 있던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작이란 가문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탐욕과 온갖 추잡함이 섞여 위선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행했던 태도에 힘들어했을 알바로,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을 느꼈던 마누엘은 알바로의 숨겨졌던 과거에 다가가며 그가 잠깐 품었던 감정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목으로 인해 꽤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 문학 소설로 받아들였으나 인간의 위선과 추악함이 담겨 있어 방대한 분량에도 몰입감있게 읽어낼 수 있었고 어느곳에서나 만연한, 인간이란 종족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이어질 무거운 사회적 문제들이 등장하여 묵직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던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