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 상실사
청얼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7월
평점 :
절판


현대문학 / 로맨틱 상실사 / 청얼 소설집



학창시절부터 천재성을 발했다는 일담이 전해지는 중국의 천재 영화감독 청얼의 작가 데뷔작인 <로맨틱 상실사>, 장쯔이, 거요우가 주연을 맡아 <라만대극소망사>라는 영화로 탄생하였다하니 중국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지만 호기심이 동해 펼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로맨틱 상실사>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소설로 각각 독립된 단편으로 알고 읽다보면 어느새 이야기가 묘하게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러하기에 긴장의 끈을 마지막까지 놓지 말고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처음 등장하는 <인어>는 왕복 6시간을 왔다갔다하며 체육관에서 인어공연을 펼치는 여자와 X군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X군은 한살배기 아이와 아내, 장모와 함께 살고 있는데 친구의 연락으로 인어 공연을 펼치는 아가씨를 만나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게 된다. 왕복 6시간 이상을 소비해야하는 출퇴근 시간임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게 없다는 절망감을 무기력한 상실감으로 느끼며 무덤덤해하는 인어 아가씨의 모습이 현대 젊은이들 모습과 다르지 않아 암담하게도 다가온다. 그런 인어 아가씨의 이야기를 듣던 X군은 인어 아가씨를 만나게 해줬던 친구와 어느정도 돈을 대서 인어 아가씨가 힘들게 출퇴근을 하지 않도록 방을 구해주자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지만 이후로 인어 아가씨를 만날일이 없게된 이들의 순간의 오지랖은 흐지부지 되버리고 만다.

이어지는 두번째 이야기 <여배우>는 배운것 없이 자신의 외모로만 여배우로 성공한 우씨 여인의 이야기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여배우의 외롭고 고독한 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여배우로 성공했지만 재벌가의 첩으로 있던 그녀는 본처자리를 꿰지 못하고 혼자가 되어 만나게 된 연하의 신인배우와 결혼하게 되며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연하의 남편은 배우로서의 자질이 없을뿐 아니라 그녀의 명성에 얻어가는 한량같은 인간이다. 그런 그가 쏟아내는 온갖 막말과 가끔은 날라오는 손찌검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던 여배우는 어느 날 그가 저지른 일을 수습하기 위해 권력가에게 부탁을 하게 되고 이들의 또 다른 인연이 시작된다.

세번째 이야기 <닭>은 봐줄만한 외모와 탱탱한 몸을 밑천삼아 돈벌이를 하는 여인이 등장한다. 성공하고 싶어 도시로 나왔으나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란건 몸을 파는 일밖에 없어 자신만 바라보며 시골에서 살아가는 가족을 부양하는 이 여인은 그렇게 번돈을 매일 같은 시간 은행에 방문해 저금을 하고 은행 창구에서 만나 안면이 있던 행원과 밤늦은 시간에 포장마차에서 우연히 만나 그녀의 비좁고 더러운 침대에서 사랑도 없이 몸을 섞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어지는 <영계>는 시골에서 보잘것 없는 자신과 혼인을 약속한 여인을 위해 돈을 벌려고 도시로 나온 젊은이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는 도시에 나와 조직세계에 몸담게 되고 두번째 이야기에 등장했던 <여배우>의 이야기와 연결된다. 그리고 여섯번째 등장하는 <로맨틱 상실사>와도 또 한번 이어져 긴장을 놓고 읽다보면 낭패스러움에 지나왔던 페이지로 다시 되돌아가게되는데 전시상황이었던 1930년대의 시대와 현대의 단편이 텀을 두고 이어지기 때문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잘 기억하고 읽을 필요가 있는 소설이다.

1930년대의 혼란스러움은 여자로서 할 수 있는게 없어 몸을 파는 여성이 되거나 권력자의 첩이 되거나 여배우처럼 기구한 운명을 사는등의 모습을 비춰진다. 하지만 현대로 넘어오는 단편에서도 결코 다르지 않은 여인들의 삶은 시대성을 배제하더라도 1930년대와 현대의 모습이 뭐가 다른건지 비교할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청얼은 여인들에게만 그 수난을 넘기지만은 않는다. 남자들은 조직에 몸담아 사람을 죽이거나 또는 죽임을 당하거나의 인생의 1930년대라면 현대의 등장하는 X군은 삶의 즐거움을 찾지 못해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는데 무엇도 찾을 수 없는 암담함은 자살과 연관되어 이야기를 내내 어둡게 끌고 간다.

로맨틱을 상실한 이야기, 로맨틱을 꿈꿀 수 없고 그 모든것들을 현실속에서 놔버린 그들의 삶은 그저 목숨이 붙어 있기에 기계적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듯이 비춰진다. 그래서 읽는내내 형언할 수 없는 비참하과 슬픔이 교차하며 어쩌면 이 책을 읽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나는 '다자이 오사무'의 글을 읽으며 염세주의적인 그의 글에 피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을 느꼈는데 다자이 오사무 이후 청얼의 <로맨틱 상실사>를 읽으며 같은 공허함과 깊은 슬픔을 느끼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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