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떡볶이는 맛없다면서 떡볶이 광고를 찍어 구설수에 올랐던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그땐 지인이 하는 얘길 듣고 '사람 그렇게 안봤는데 참 모를게 사람이네~'하면서 지나갔더랬다. 이 책을 펼치고서도 한동안은 그런 선입견 때문인지 괜히 그가 책에 써내려간 글에 나도 모르게 딴지를 걸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일단 읽고보니 왜 그가 떡볶이는 맛없다고했는지, 그러면서 광고를 찍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게 됐던 것 같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를 펼치기 전엔 그저 다른 맛칼럼니스트가 쏟아내는 휘황찬란한 지식의 총출동이겠거니했다. '신화'라는 단어가 붙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펴볼 생각도 없었을 것이다. 평소 역사나 신화적 요소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 대상이 음식이란 점에도 흥미가 동해 펼쳐들었으나 이 책을 펼쳐보고 느낀 것은 거창하게 들리는 제목과 달리 우리 먹거리의 현주소, 바로 대한민국 먹거리의 자화상을 비추고 있어 읽는 내내, 책을 덮으면서까지 충격이 가시지 않았었다.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는 총 4부로 1부 갑과 을의 밥상, 2부 한식 세계화 네버다이, 3부 웅녀는 마늘을 먹지 않았다, 4부 맛 칼럼니스트는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다라는 큰 주제로 되어 있지만 1부부터 음식과 정치 이야기가 매 순간 튀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또한 맛칼럼니스트가 쓴 글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구성으로 이야기 속에서는 음식 세계화를 이끈다는 주제로 서민은 먹어보지도 못한 신선로 같은 음식과 김윤옥 여사가 등장하는 청와대 책자나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차별화 없이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비빔밥, 김치의 종주국이란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김치를 수입하는 나라라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 불량식품이지만 서민의 음식으로 친숙한 떡볶이나 저품질 닭으로 튀긴 닭강정에 열광하는 서민의 주머니 사정을 너무도 현실적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사실 대수롭지 않고 먹었던 음식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들었었다.
어떻게보면 맛칼럼니스트가 맛집이나 소개해주면 되지 왠 정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나도 초반엔 왠지 거북함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읽다보면 정말 먹는것에 대한 별 의문도 없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않은 채 참 멍청하게도 산것 같다라는 생각에 분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읽다보면 구구절절 맞는 소리같은데 참 무심하게 관심도 없었구나 싶어서 음식의 기원을 찾아서~, 맛집 리스트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그것을 훨씬 능가하는 보물같은 책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