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 노트 움직씨 퀴어 문학선 1
구묘진 지음, 방철환 옮김 / 움직씨 / 201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움직씨 / 악어 노트 / 구묘진 장편소설



처음 <악어 노트>란 제목을 보았을 때 왠지 조금은 두렵지만 그럼에도 거둘 수 없는 호기심이 느껴져 제목만 여러번 보게 됐던 것 같다.

책 제목에서부터 이 소설이 무슨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독자들이 알아차릴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주고 있음에도 나는 책을 읽는 도중 왜 제목이 악어 일기인지 알게 되었다.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즐겨보던 동물의 왕국에서 어미 악어가 낳은 알에서 부화하던 새끼 악어들이 알을 깨고 나올 때의 수온으로 암수의 성별이 정해진다는 이야기에 지구엔 너무 신비한 일들이 많다고 신기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의 이것과 그것을 연관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대만 소설은 그동안 접해본적이 없었기에 어느 나라나 동일한 감정을 엿볼 수 있는 퀴어 문제를 대만의 구묘진이란 작가는 과연 어떤 감수성으로 이야기에 녹여냈을까가 궁금하게 다가왔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보니 참 독특하다는 인상이 내내 이어져 꽤 매력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첫인상이 나쁘지 않았던 까닭에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그녀의 삶이 더 안타깝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악어 노트>는 주인공인 '라즈'가 대학생활을 하는동안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적어놓은 일기 형식의 이야기로 노트 1-1, 1-2 같은 형식으로 붙인 형식 또한 특이하게 다가왔는데 같은 동성을 좋아하면서도 그것을 죄악으로 여겨 좋아하는 마음을 절제하고 밀어내려는 주인공의 다양한 심리상태와 감정상태를 엿볼 수 있다.

좋아하는 상대를 향한 끊임없는 이분법적인 감정 조절이 때론 서글프고 안타깝게, 때로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감정소모가 되겠다 싶을 정도지만 의외로 주인공이 풀어내는 문체는 담담해서 구구절절한 연애 이야기와 또 다른 애틋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악어의 태생을 겨냥해 <악어 노트>란 소설을 탄생시킨 대만 소설가 구묘진, 차라리 우리나라의 '딸에 대하여'에 나왔던 주인공의 딸처럼 사회 규범이 만들어낸 틀에 얽매여 자신을 부정하기보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 정해놓은 자신들의 영역안에서 살아가면 조금은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