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들의 섬
리사 시 지음, 이미선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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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레시피 / 해녀들의 섬 / 리사 시 장편소설


대한민국에 속하지만 이국적인 자연경관 때문에 관광지로 잘 알려진 제주도, 수 많은 오름과 드넓은 평야 너머로 보이는 옥빛 바다는 검은 현무암과 어우러져 인상 깊은 모습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제주도는 척박하고 외떨어졌다는 이유로 대역죄를 지은 선비들에게 유배지로 선택되는 곳이며 출륙 금지령으로 인해 육지로 나갈 수 없는 설움의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하다. 더불어 이후에 일어난 일제강점기와 4.3의 비극적인 역사를 고스란이 겪어낸 곳이기도하지만 몇십년 넘게 말할 수 없는 세월을 견뎌내기도 했던 곳이다.

최근이 되어서야 그들이 견뎌냈던 수 많은 통탄의 세월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념관이나 소설, 매체들을 통해 제주도 바로 알기에 접근하고 있지만 사실 작년에 읽었던 '매리 린 브락트'의 <하얀 국화>나 '리사 시'의 이번 작품처럼 외국인이 제주도 사람들, 특히 제주도 여인들의 굴곡졌던 삶을 일제 시대와 4.3을 통해 풀어낸 작품을 만날때마다 우리의 역사를 올바로 바라보지 못했다는 반성과 부끄러움이 더 강해진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이 제주도 여인들이 일제시대와 4.3을 겪어내며 억척스럽고 고통스럽게 살아가야했던 시대적 배경을 담아내고 있기에 어떤 주제로 흘러가겠다는 예상을 했지만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인 '리사 시'의 엄청난 노력이 담겨있다는게 느껴질 정도로 제주도가 탄생하게 된 설문 대할망 설화부터 해녀들의 삶을 글 속에 생생히 녹여내 수 많은 시간동안 제주도를 연구하고 취재한 작가의 노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1938년 이전 친일행위를 했던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아가 된 미자는 숙모와 삼촌의 집에 맡겨져 생활하게 되면서 종처럼 부려지는 것은 물론 먹을 것도 제대로 먹을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되다 이웃마을인 영숙의 밭에 고구마를 몰래 캐다 영숙과 영숙의 어머니에게 들키게 된다. 그일로 인해 미자와 영숙은 처음 만나게 되고 영숙의 어머니가 미자를 불쌍히 여겨 보살펴주게 되면서 이들의 우정은 더욱 깊어지게 된다. 그렇게 친자매처럼 지내던 영숙과 미자는 성장하여 출가하게 되고 아이까지 낳아 평범한 제주도 여인의 삶을 살아가게 되지만 무거운 세금을 부과했던 일제 시대를 벗어난 그들을 기다린 것은 민족대학살인 4.3 사건이었다.

친자매처럼 늘 붙어다니던 그들에게 4.3은 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시작이자 깊은 마음의 상처를 낸 사건이었으니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가던 상황에서도 죽음으로 내몬 이유에 대해 물어서도, 발설해서도 안되는 그들의 설움은 오랜기간 얼마나 한으로 남았을지, 이것이 그저 현실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다.

실제로 4.3때 내 남편과 자식을 죽인 사람이 평소 친하게 지냈던 이웃이었기에 대학살이 끝난 뒤 그들에게 남았을 배신감과 울분, 그럼에도 죽임을 당할까봐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아무말도 하지 못한 채 수십년을 살아왔던 이야기는 오랜 세월이 흘러 너의 잘못과 나의 잘못을 가리지말고 덮어두자는 의미로 남았지만 4.3이란 비극적인 이 사건의 시초를 더듬다보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당사자가 아니라도 쉬이 울분이 사그라지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런 미묘하고도 복잡한 근대사를 이야기에 잘 담아낸 <해녀들의 섬>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4.3사건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이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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