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한국추리문학선 7
한수옥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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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눈썹과 쌍커풀, 오똑한 콧날에 하얀 피부인 소설 속 은옥이 실재한다면 표지 속 여인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처음 책 표지를 보고 '왠지 좀 진부하다'란 느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소설 속 은옥과 마주하고보니 예쁜 얼굴과 어울리지 않게 세상 온갖 슬픔을 끌어안은 듯한 표정은 수면 아래 잠겨있는 표지로 인해 그녀의 마음이 얼마나 깊은 절망으로 차 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선을 본 남자가 집요하게 따라다니다 급기야 자살소동까지 벌이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재용은 첫눈에 피해자인 은옥에게 반해 구애를 펼치게 된다. 그렇게 둘은 결혼하여 18년을 함께 산 부부지만 은옥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는 재용과 달리 은옥은 재용에게 마음의 문을 다 열어내보이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모텔 주차장에서 매춘을 하던 여성이 칼에 찔리고 심지어 가슴이 잔혹하게 도려내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관내 경찰서는 발칵 뒤집히고 사건 담당자였던 재용은 살인사건 현장을 둘러보다 시체 위에 올려져 있던 박쥐 모양의 목제 인형을 보고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에 사로잡히지만 어디서 보았는지 좀체 떠올릴 수가 없다.

살해된 여성과 마지막으로 만났던 남성인 외과의사가 꼬리가 잡혀 범인으로 지목되었지만 그가 잡혀 있는 동안 두번째 사건이 다시 발생하게 되고 수법은 같지만 인물이 노파라는 점에서 형사들은 의구심을 품게 된다. 하지만 현장에 모발이나 지문 등의 증거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는 난항을 겪게 되고 미궁속에 빠진 채 잠복기라고 생각했던 찰나 세번째 살인 사건이 발생하게 된다.

첫번째 살인사건의 피해자인 매춘부를 조사하던 재용은 그녀에게 아이가 있었음을 알게 되고 그 아이가 보육원에 맡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보육원을 찾아간 재용은 아이가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었으며 엄마를 애타게 기다리다 엄마가 살해당하고 며칠 후 지병으로 숨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편 보육원에 끊임없는 헌신과 사랑을 보내며 국회의원으로 발돋움한 철민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는 달리 더러운 욕망으로 똘똘 뭉쳐진 인물이었으니 그가 관심을 가지는 보육원에 대한 무한애정은 소녀들에 대한 더러운 욕망에 기인한 것이었으니 같은 보육원에 맡겨졌던 은옥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살인사건이 일어날수록 종잡을 수 없는 연결고리에 분주한 재용과 유독 이 살인사건에 관심을 보이는 은옥, 그러던 중 재용은 박쥐 목제 인형을 어디서 보았는지 떠올리게 되고 그토록 사랑하는 은옥을 살인범으로 의심하기 시작하는데.....

어찌보면 참으로 진부한 소재로 다가오기도하지만 부모없이 보육원에 맡겨진 힘없는 소녀들을 유린하는 어른의 욕망과 그것을 방조하는 또 다른 어른들의 모습은 아이들의 눈에 어떤 공포감으로 비춰졌을지, 그렇게 슬픔과 분노로 키워진 씨앗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고 있어 극한의 분노와 극한의 슬픔이 교차하며 다가와 읽는내내 나도 모르게 힘을 많이 들이며 읽게 됐던 것 같다.

책을 펼치기 전엔 다소 오싹하게도 보였던 표지가 책을 덮을 땐 너무 슬프게 다가와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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