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접하고 이런 공포증도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햇빛 공포증...
서른 다섯살의 경비행기 조종사 김한준은 연인 희우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그녀의 아파트로 향한다. 하지만 그녀가 사는 12층에 멈춰선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고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고 갇혀있던 한준을 구하기 위해 캄캄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문틈으로 쏟아져 들어온 햇빛에 몸이 밴듯한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절규하다 기절하고 만다.
하룻동안의 수면 끝에 정신을 차린 한준은 정신과 담당의 김주승에게 자신의 병명이 햇빛 공포증이라는 말을 듣게 되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순간 불현듯 고통스런 기억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준의 그런 괴로운 기억을 치료하기 위해 담당의 주승은 최면요법에 들어가게 되고 한준은 최면요법을 통해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던 어린 기억을 쏟아내게 되는데....
하지만 갑자기 쏟아진 정체모를 기억이 자신의 기억일리 없다고 거부하는 한준, 어릴적 부모님을 여의고 신부님에게 입양돼 길러진 한준에게는 부모님의 기억도, 자신의 어릴적 기억도 없어 더욱 혼란스럽기만한데 그럼에도 주승이 이끄는 최면요법을 통해 하얀 가운을 입은 엄마에게 무차별 학대를 받았던 어린 기억이 자꾸만 떠올라 괴롭기만하다.
그런 와중에 심리치료사인 소영은 주승이 환자의 괴로운 기억을 자꾸 끄집어내는 최면요법을 시행하는 것에 의심을 품게되고 주승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의 프로젝트를 엿보게 되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험한 계획이 있음을 감지하게 되는데....
성적이 우수하고 예의 바르며 타의 모범이 되던 어린 아이, 하지만 엄마는 한번도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다. 성적을 잘 받아오면 더욱 모질게 폭력을 휘두르며 캄캄한 방에 가둬놓는 엄마, 병에 걸린 네가 꼭 먹어야하는 약이라며 하얀 마름모꼴 약을 주던 엄마, 캄캄한 방에 갇힌 아이는 굶주림과 공포감에 온몸을 떨며 혼자 힘으로 그 모든것을 감내하며 어서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지만 그렇게 애타게 기다리던 문이 열리며 캄캄한 창고에 비춰진 빛과 함께 날아든 것은 더욱 가혹한 폭력이었으니 햇빛 공포증은 빛과 함께 찾아든 폭력이 만들어낸 증상이었다.
최면요법으로 한준이 쏟아내는 어린시절 끔찍한 학대장면을 읽으며 아이가 느꼈을 공포감이 처절하고도 생생하게 다가와 위액을 올리는 듯한 쓴맛이 느껴질 정도로 글을 읽는 것 자체가 고통스럽게 다가왔다. 이어 소영이 발견한 관찰일지에서 설마하면서도 종잡아지지 않는 이야기가 더해져 펼치자마자 미친듯이 읽게 되었던 <햇빛 공포증>
인간의 기억이 이토록 다양하고도 슬플 수 있다니, 이 여름 마지막을 강타할 공포를 즐겨보고 싶다면 망설임없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