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 : 기요틴, 기이한 재앙을 버티고, 혹은 취하다.
기요틴,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연상되는 제목이 궁금하게 다가왔다. 한자를 보고도 고개가 갸웃거려졌기에 어떤 기묘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었는데 언젠가 읽어본듯한 이야기와 비슷한 구도로 시작하면서도 이야기마다 조금씩 예상을 빗나가는 내용들이 신선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기요틴>은 총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나와 닮은 사람을 보면 죽게 된다는 도플갱어를 시작으로 이미 죽은 나의 영혼이 가족 곁을 맴도는 이야기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나와 똑같이 생긴 생령이 달라 붙어 있는 이야기 등 도플갱어, 지박령, 생령, 망상, 빙의, 귀접, 악마 등의 다양한 기묘함을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다양한 기묘함 속에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이야기와 학교에서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학생의 영혼이 가족 곁을 맴도는 이야기, 5년이란 기간을 교제했지만 더이상 맞지 않음을 깨닫고 헤어진 커플에게 나타난 생령의 이야기, 죽음을 갈망하는 미술학도와 허약한 아빠를 위해 할머니가 구해온 뱀술이 원인이 되어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 가족의 이야기, 나의 잠을 위협하는 아내의 이갈이, 친구의 추모식에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죽인 아내의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도 5년이란 시간을 사귀어 결혼 적령기가 되었지만 아이를 갖는 문제부터 여러가지가 맞지 않아 남자는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고 그렇게 힘든 이별 후 어느날부터 여자에게 나타나는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무표정한 모습이 남자로 인해 혹시 남자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것은 아닐까 너무도 뻔하면서도 익숙한 구도를 떠올리게 되었지만 누군가가 죽어서 생긴 영혼이 아닌 생령이란 이야기가, 살아 있는데도 미련이 강하게 남아 생기는 생령이라는 이야기가 의외로 섬뜩하고도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기묘한 이야기라면 그 자체로 호기심이 동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들로 인해 흥미를 잃기도하는데 <기요틴>은 익숙한듯 흘러가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결말을 주고 있어 기대했던 것에서 벗어난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