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주문
니시 카나코 지음, 이영미 옮김 / 해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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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마법의 주문 / 니시 가나코 소설



뭔가 신비로운 일들이 생길 것 같은 제목과 달리 표지의 젊은 여인은 울고 있다. 눈물이 바닥을 적실 정도로 큰 상실속에 잠겨 있는 그림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2004년 '아오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하였고 2005년 두 번째 작품인 '사쿠라'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니시 가나코', 그 뒤 '스텐카쿠'와 '후쿠와라이'란 작품으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녀의 여러 작품 중 내가 읽어본 작품은 없어서 제목과 그림이 주는 미묘함이 더욱 뇌리에 새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마법의 주문>은 8가지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으로 각기 묘한 자극을 주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다음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일본소설임에도 최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느껴져서 더욱 정겹게 느껴졌던 것 같다.

'불사르다'의 주인공은 예쁜 외모에 남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는게 기분 좋았지만 엄마는 늘 바지만 입혔고 여자스럽다거나 남자스럽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엄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늘 바지만 입고 다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치마를 입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다 아저씨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을 당한 후 엄마는 다시 바지를 입기를 강요했고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을 듣고 안타까워한다. 아저씨는 나쁜 짓을 했지만 주인공은 아저씨가 했던 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았고 그말을 듣고 잠시나마 좋아했던 자신에게 일어났던 나쁜일은 그저 자신의 탓으로 치부해버렸지만 그전처럼 해맑게 웃을 수 없다. 주변에서 자신을 신경써주는 시선, 자신을 피하는 그런 것들이 싫어졌던 주인공은 학교 소각장 아저씨가 매일매일 무언가를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불사르다'처럼 '딸기', '손녀역할','누님', '오로라', '임신', '두브로브니크','주문' 속 주인공은 모두 여자이다. 그 속엔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읽다보면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불사르다'처럼 페미니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들도 있고 좋아해서 함께했지만 이별을 앞둔 동성애의 사그라드는 사랑을 그린 '오로라'도 있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소설과는 달리 일본의 소설은 비슷한 주제라도 그 무게가 약간은 덜하다는걸 느낄 수 있는데 한국 소설에서 느꼈던 분노란 감정은 비슷한 주제의 이 책에서는 서글픔으로 전달되어 한국 소설과 일본 소설을 비교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런가하면 완벽을 추구하며 모든 사람들의 눈에 이상형으로 비친 조부모였지만 아무도 몰랐던 재밌는 비밀을 알게 된 '손녀역할'이란 단편은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다가와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솔직히 읽는내내 <마법의 주문>이란 제목이 단편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참을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다. 처음 등장했던 '불사르다'에서 나쁜일을 당했던 주인공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하던 소각장 아저씨의 모습에서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는건 어쩌면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던 것 같다. 무뚝뚝하고 부끄러워서 긴 말을 하지 않는 아저씨였지만 주인공이 가장 듣고 싶고 위로받고 싶었던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던 말을 주인공에게 해줌으로써 뒷 이야기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위로를 받아 움츠러들었던 자신안에서 가슴을 펴며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가 바랬던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한마디,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그 마음이 그토록 바라던 마법의 주문처럼 되돌아와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했던게 아니었을까, 짧지만 강하게 다가왔던 8편의 단편들로 인해 '니시 가나코'란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의 이름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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