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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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에 찔린 채 폐허에서 발견된 시체 한구, 하지만 끔찍한 사건임에도 시체의 얼굴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대신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이었으니 이 기묘한 사건 옆에 남겨져 있던 노트 한권으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적 성당 앞에 버려진 9, 성당에 있던 열명의 아이들 중 키가 9번째로 크다하여 붙여진 이름은 인간의 개별적인 고유성보다 기계로 찍어 식별하기 편하게 만든 물건처럼 차갑고 이질적인 느낌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에 무엇인지 모르고 크던 9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부모님과 행복한 모습의 한 소년을 길에서 마주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그 모습에 증오심을 불태우게 된다. 성당 아이들과 합심하여 그 소년을 납치해 엄청난 폭행을 가했던 9는 자신과 납치 당한 아이 모두 죄가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란 잔혹한 존재란 결론을 내리게 되고 부조리한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 어느 날 9는 일반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학교에서 &이란 아이를 만나 그에게서 Q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을 통해 새로운 감정들을 알아가던 Q, 하지만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가혹한 운명앞에 내던져진 Q와 &, 인간으로써 느껴야할 기본적인 것들로부터 배제당한 Q가 살아가며 느꼈던, 아니 느끼고 싶었지만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로 인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의외로 얇은 분량의 소설이라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얇은 분량임에도 끊임없이 던져보게 되는 인간의 삶이란 주제가 철학적으로 다가와 곱씹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세상의 부조리함에 놓여진 이들, 15년간 숨겨져있던 비밀이 풀리며 고통속에 숨져간 시체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처절했던 삶이 더욱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작품속에 등장했던 9와 Q,&,A의 이름없는 그들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이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다가왔는지, 철학적인 요소를 짧은 분량에 심도있게 풀어낸만큼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던 소설임은 맞으나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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