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팔이 의사
포프 브록 지음, 조은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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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 / 돌팔이 의사 / 포프 브록 지음



처음 <돌팔이 의사>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일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보니 20세기 초반 전세계적으로 활동했던 돌팔이 의사들의 이야기가 다큐멘터리식으로 쓰여져 있어 소설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는듯한 흥미진진함이 느껴졌다.

1850년대 라파엘 박사에 의해 미국 최초로 개발되어 유행한 남성 강장제는 그 인기만큼 생겨난 경쟁 상대들이 많았으니 그 중 하나였던 '라인하르트 형제'의 강장제를 판매하는 작은 가게에서 일하던 '존 브링클리'는 22살의 청년이었다. 의학대학에 입학은 했지만 학기를 마치지 못하고 졸업한 후 평소 그가 꿈꾸었던 상류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던 돌팔이 무면허 의사에 합류하게 된다.

브링클리가 관심을 두었던 분야는 발기 불능한 남성들의 성기능 개선이었고 그리스 신화에서 상반신은 사람이고 하반신은 염소인 '판'이 혈기 왕성한 정력을 자랑하며 요정들을 건드렸던 이야기에서 엿볼 수 있듯 염소들의 혈기 왕성한 정력의 산물인 고환을 인간의 고환에 이식하는 수술을 통해 잃어버린 회춘을 되살린다는, 얼핏보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인 이 수술이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사람들이 수술을 받기를 원하면서 브링클리는 돈방석에 앉게 된다. 이후 수술받기를 원하는 환자가 급증하면서 브링클리는 직접 수술을 집도하지 않고 전문의를 두어 수술을 시키지만 수술 중 사망하거나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장애를 지니게 되는 등 심각한 문제점들이 야기됨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술을 받기 원하는 남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은 젊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그 젊음을 상징하는 정력이 이성을 이긴다는 사실이 꽤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돌팔이 의사>는 브링클리가 주인공처럼 등장하며 염소 고환을 인간의 고환에 이식하여 잃었던 젊음과 정력을 되찾아주는 이야기와 그가 성공하기 전까지 사기꾼같이 떠돌아디니며 생활했던 모습, 성공적인 수술이 매스컴을 통해 유명세를 치르며 이후 변화된 그의 삶을 조명한다. 하지만 돌팔이 의사로 브링클리만 등장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등장하는 다양한 돌팔이 의사들의 모습에 '무슨 돌팔이 의사가 이렇게도 많아?' 싶은데 일반인들의 그런 생각과 달리 시들해진 젊음을 되돌리고 싶어 개나 기니피그, 오랑우탄 등의 동물의 고환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실험이나 죽은 사형수의 고환을 직접 자신에게 실험한 미치광이급 의사들의 이야기도 등장해 광적인 이들의 연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돌팔이 의사>를 읽고 있노라면 시대상이라고 치부하기엔 현실에서도 어처구니 없는 의료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이 그 시대에만 이런 어이없지만 공포스러운 일이 자행되었던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과연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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