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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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사회과부도 한권을 배낭에 넣고 집근처 산으로 쏘다니며 막연하게 고고학자란 꿈을 키웠던 시절이 있었다. 산을 돌아다니다 간혹 만나게 되는 들짐승의 뼈를 발견하게되면 의미심장한 눈으로 요리조리 살펴보던 기억에 가끔 혼자 피식 웃기도하는데 그시절 조금은 생소한 고고학자란 꿈을 꾸었던 것을 생각하면 고고학에 관심이 남달랐던 것 같긴하다. 하지만 자라면서 현실성과의 괴리 때문에 그 꿈으로부터 멀어지게된 후 이따금 고고학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이내 너무도 어렵게 풀어써진 내용에 고개를 흔들기 일쑤였고 그런 몇차례의 기억 때문에 이제는 고고학과 관련된 책은 잘 찾아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을 반신반의하며 펼치게 되었고 나는 단박에 '유레카!'를 외쳤다. 인디아나 존스처럼 금은보화를 찾아가는 고고학의 모습이 아닌 몇날 며칠을 땅만 보며 흙을 붓으로 긁어내야하는 작업이란 현실성을 강조하면서도 강인욱 교수가 러시아와 몽골, 중앙아시아를 다니며 발굴에 직접 참여했던 일화와 유적지들이 소개되어 있어 사실적이면서도 실제 고고학 발굴에 임하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재작년 경주여행에서 월성발굴현장을 지나다 땡볕에서 모자를 눌러쓴 농부같은 모습의 분들이 같은 자세로 쭈그리고 앉아 붓질을 하는 것을 본 후에 고고학이 꽤나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분야란 것을 알게 되었다. 고고학에 흥미를 보이던 딸도 그 모습을 보면서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 속에서 발굴된 유적지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고마움을 느끼게 됐던 순간이었다.

땅속 겹겹이 쌓여있는 우리 선조들의 삶을 통해 지금과 가까운 과거, 그보다 더 먼 과거로의 여행은 고된 작업이기도하지만 눈 앞에서 그 실체를 보게 된다면 얼마나 가슴 찌릿할까 싶기도하다. 아마 그런 가슴벅참은 평생 잊을 수 없을만큼 감동적인 순간으로 남을 것 같다.

죽은 이를 그리워하고 다시 환생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남아있는 자들이 넣었을 나비와 애벌레 모양의 장식과 몇천년의 세월이 흘러도 재가 그대로 남아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모습, 악기를 통해 음악을 즐겼던 인간의 모습 등을 통해 우리가 지닌 물건들의 차이만 있을 뿐 염원하는 바나 인간의 기본적인 바탕에는 현대인들의 그것과 근본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들의 우월성을 위해 고고학 유물을 위조했던 여러가지 해프닝도 엿볼 수 있었다. 더불어 춘천 중도의 유물을 짧은 기간에 발굴했던 일과 4대강 사업으로 소리소문없이 사라져버렸을 유물들은 후손된 자로 안타깝고 아쉬운 대목이었다.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은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고고학의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고고학의 미래등을 비추고 있어 여러모로 특별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함께 떠나는 과거로의 여행 길잡이가 이 책이 되어준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떠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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