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는 너무 많아서 감성이 동하지 않으면 쉽게 와닿지 않는데 <종이달>을 쓴 작가 '가쿠타 미츠요'의 여행 에세이라니 그녀의 감성으로 둘러보는 세계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언제나 여행 중>은 '가쿠타 미츠요'가 젊은 시절부터 21개국을 여행하며 서내려간 여행 에세이이다. 여행객이라면 한두번쯤 겪어봤음직한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큰 굴곡없이 잔잔하게 다가오기도하는데 여행중에 자연스레 느껴지는 소소한 감정들을 마주보는게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라면 즐거움이랄 수 있겠다.
스리랑카 '스리파다'에 올라 남자친구와 문학상이란 두개의 소원을 놓고 갈등하던 일, 하와이에서의 여행이 낯설지 않다고 느껴졌던 것은 일본인들이 오랜세월 정착하며 살아왔던 흔적들이었음을 알았던 순간, 푸근한 인상의 핀란드에서 살벌한 러시아의 국경 열차가 주었던 민족간 특징, 여행 시즌이 끝나 버스도 없는 곳에서 산을 두개나 넘어 도착한 스페인의 사원, 일본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흥미를 보이며 예쁘다고 연발하던 칼과 그의 부인 에리의 막퍼주는 서비스 등 나름 소심해서 혼자서 여행하는 일이 이 사람에게 가능할까? 싶은데 '가쿠타 미츠요'는 현지의 삶에 녹아드는 것보다 자기 나름대로의 색깔을 뿜어내며 그녀만의 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준다.
조금 걱정돼보이고 염려스러워보이는 여행은 비가 오면 오는대로, 차가 없으면 걷는대로, 그냥 그대로의 그 모습에 순응하며 별거 아니란 식으로 대처하는 모습이 왠지 더 신선하게 다가와 오랜세월,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체득한 경험의 아우라를 맘껏 엿볼 수 있었다.
<언제나 여행 중>에는 한국 여행의 여행 에피소드도 실려 있는데 2002년 월드컵 전에 한국을 방문했던 저자는 독립기념관을 보고 일본인 박해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기도하고 감이 이끄는대로 들어가 먹은 한국의 음식들이 너무 맛있어 눈물이 핑돌았다고 한다. 사실 일본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스시와 생맥주였던 내 경우와 달리 맛있는 음식들이 많았다고 열거하는 것을 보니 괜히 미안스러운 생각도 들었는데 따로 비용없이 여러 종류의 김치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터무니 없는 돈을 받을까봐 조마조마했다던 이야기에 빵 터지기도했다.
아마 여행은 성격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은데 나는 성격상 어느곳엘 여행가면 근방의 여행지를 다 둘러봐야 직성이 풀려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천천히 여유를 갖고 둘러보기를 원하는 사람과는 여행 스타일이 맞지 않는데 그럼에도 가끔씩 여행가기 전에 근방에 뭐가 있고 시간과 코스까지 계획표에 넣어 짜넣는 내 자신이 피곤해서 그냥 아무 계획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은 어떨까 싶기도한데 아마 '가쿠타 미츠요'의 여행이 그런 것이지 않을까 싶었다.
때론 여행일정을 계획하며 받는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고 계획없이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생각지도 않게 맞닥드리게 되는 상황들이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여행이 더 즐겁게 다가와질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