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대표적인 실학자하면 떠오르는 연암 박지원, 그의 초상화를 본 사람이라면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우락부락함과 당차고 꼿꼿한 결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연암 박지원의 일생을 알기 전 먼저 만나게 되는 초상화에서 받은 강렬한 이미지는 돈을 주고 시험이 성행했던 당시 사회적 풍토속에서 그것을 비웃듯 백지를 내고 시험장을 나온 일화가 그냥 나온 것은 아니란 것과 그런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굽히지 않는 소신 속에서도 뼈대있는 선비 집안에서 자란 것과 달리 가장 천하고 가진 것 없는 사회 밑바닥 계층간의 스스럼 없는 소통을 통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양반이 연암 박지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바로 그런점이 연암 박지원의 삶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인데 조선 사대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는 소설들을 썼던 강직했던 그의 모습과 달리 아들 며느리를 위해 장을 담그는 다정한 아버지라는 상반된 모습의 일화는 양반이라는 엘리트 의식에 젖지 않고 한 사람으로서의 강직함과 다정함이 엿보여 더욱 궁금했던 인물이기도하다.
<연암평전>은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의 삶을 풀어놓으려하지만 그럼에도 주관적인 입장이 묻어나는 박지원의 일생을 담은 글과는 조금 차별을 두고 있다. 박지원과 관련된 주변 인물인 유한준이나 정조, 그이 제자인 박규수, 오복, 박종채, 이재성, 백동수 등을 통해 다양한 입장에서 바라본 박지원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이 이 책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일 것이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박지원의 문장, 성정, 학문 이야기를 담고 있고 흥미롭게도 가까이 지내거나 척을 질 정도로 사이가 안좋았던 인물들이 남겨놓은 글 등을 통해 박지원의 다양한 입지와 성품등을 엿볼 수 있다.
그를 따르거나 가까이 지내는 이들의 관점에서의 박지원과 사대주의에 젖어 있는 양반을 조롱하고 비판한 그의 소설이 그저 흥미 위주로만 보여지기 위한 잡기일 뿐이며 그럼에도 그런 비판적인 얘기와 달리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는 그 또한 비겁한 자라며 일소하는 글을 통해 박지원이란 인물을 둔 다양한 견해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풀어써진 글들은 편지처럼, 소설처럼 다가와 그 속에 등장하는 한문자의 풀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해석과 흥미로움을 던져주어 연암 박지원의 인간적인 발자취를 즐겁게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